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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경제칼럼]미국 셰일가스 존재만으로 국제유가 상승 한계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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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는 큰 폭의 수출 증대를 경험했는데 여기에는 반도체와 함께 석유화학의 역할이 컸다. 2016년 대비 지난해 석유화학 제품 수출 증가율은 30~40%에 육박했다. 수출 물량이 늘어난 효과도 있지만 유가 상승으로 전반적인 석유화학 제품 단가가 상승한 영향이 크다.

다만 국제유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면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 입장에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석유화학 업종 역시 원가 부담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국제유가는 지나치게 낮거나 높지 않게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까지 국제유가는 단기적으로는 상하 변동 요인이 있었지만 수요, 공급 양쪽 모두에서 전체적으로는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세계 경기 회복세는 원유의 국제수요 확대를 통해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이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중심으로 추진된 감산은 원유의 국제 공급을 줄여 유가를 올리는 또 하나의 원인이었다. 2016년 11월 OPEC이 대규모 감산에 합의한 이후 2017년 국제 원유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감산이 진행됐다. 과거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 당시 급격한 유가 상승이 있을 때마다 OPEC의 감산이 큰 역할을 했다는 측면에서 감산이 지속적이라면 유가 상승 부담을 안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OPEC 주도의 감산이 국제유가를 계속 상승시키기에는 제약이 있다.

먼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를 비롯해 OPEC에 소속되지 않은 국가들의 생산량이 국제 원유 공급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적인 감산을 통해 유가를 상승시키는 데 있어서 비(非)OPEC 국가들이 OPEC에 동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개별 산유국마다 사정이 달라서 실제로 이 연합을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중동, 남미, 러시아 등 재정 사정이 악화되는 국가들이 계속 감산에 동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OPEC-비(非)OPEC 연합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사우디아라비아 재정이 악화되고 있어 지속적인 감산으로 지도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현재까지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질 때마다 감산으로 이를 떠받치겠다는 입장이고, 그 경우에 추가 하락을 저지할 수는 있지만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주도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설사 OPEC-비(非)OPEC 연합을 통해 감산에 성공하고 그 결과 유가를 상승시키더라도 셰일가스 혁명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에너지원을 확보한 미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중동 원유의 생산 단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셰일가스 생산비가 높다고는 하지만 감산으로 유가를 상승시키면 셰일가스가 경제성을 회복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가격 상승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원유의 최대 소비국인 미국이 직접 셰일가스를 생산하는 핵심 국가임을 고려하면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협력을 통해 OPEC-비(非)OPEC 국가들이 연합하는 일종의 원유 카르텔이 형성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유가 등락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유의해야 하는 것은 국제적인 유가 변동에 따른 대외 위협 요인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정책적인 측면에서 만들어내는 추가 기업 비용과 같은 대내 부담 문제다. 더구나 OPEC과 셰일가스 사례는 공급을 제한하는 카르텔처럼 ‘경쟁 제약 요인을 제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결국 새로운 대안적인 공급원을 찾아내는 혁신’이라는 측면도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매경이코노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8호 (2018.03.07~2018.03.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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