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이란 테헤란에서 만난 아미르 골라이피 이데엔텍합 대표의 말이다. 이데엔텍합은 이란 1위 가전기업 엔텍합그룹이 BGF리테일과 손잡고 만든 편의점 회사다. 이란 최초 편의점이자 한국 편의점 기업의 첫 해외 진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4개월 만에 5호점까지 낸 이데엔텍합은 아직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다.
아미르 골라이피 대표에 따르면 BGF리테일은 이란 편의점에서 한국 제품을 팔려 했다. 그러나 할랄식품 인증 등 규제가 복잡해 포기해야 했다. 한국에서 대히트한 편의점 도시락도 대가족이 많고 ‘집밥’을 선호하는 이란에서는 안 통하더란다. 매장 내 음악 사용 금지, 24시간 영업 금지, 유리벽으로 매장 70% 이상 노출 의무화 등도 한국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규제다. 이데엔텍합의 한 직원은 “한국에서 이란 문화에 대해 수개월간 이론 교육을 받았지만 실제 업무에서 쓸 만한 지식은 10분의 1밖에 안 되더라”라고 토로했다.
그럴 수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시행착오는 당연하다. 문제는 시행착오 리스크를 누가 지느냐다. 이데엔텍합은 먼저 100개 직영점을 내서 본사가 지기로 했다.
우리는 어떤가. 1000개 이상 가맹점을 거느린 대형 프랜차이즈 35개 중 bhc치킨, 페리카나, 네네치킨, 본죽, 맘스터치, 교촌치킨 등 20곳은 직영점이 하나도 없다(2016년 정보공개서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최초로 직상장에 도전하는 이디야, 더본코리아(빽다방)조차 직영점은 9개(전체 점포의 0.4%), 3개(0.5%)에 불과하다(2017년 3분기 말 기준). 전국 상권별 출점 리스크를 대신 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직영점은 새로운 메뉴나 서비스 출시 전 시장 반응을 살피는 ‘척후병’이자 ‘지뢰 제거반’이다. 미국 LA, 이탈리아 등은 직영점 1개 이상을 1년 이상 운영한 본사만 가맹사업을 허용할 정도다. 더 이상 가맹점을 지뢰밭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9호 (2018.03.14~2018.03.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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