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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廣터뷰]"개헌으로 지방분권? 대통령 의지가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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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인천광역시장 인터뷰

아시아경제

유정복 인천시장이 5일 인천시청 집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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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이미 헌법에 명시
법·제도 아닌 실천의 문제
보조금만 개혁해도 크게 개선


국세 대 지방세 비율 잘못 조정 때는
재정 열악한 지자체 다 붕괴돼
'특별·광역시 공동세' 등 활용을


6·13 인천시장 재선 행보
전략공천·연대설 등 말 많지만
지금은 시장으로서 책무 다할 때

[대담=오상도 정치부장, 정리=유제훈 기자] "예전 (문재인 대통령을 뵈었을 때) 필요하면 (제 생각을) 기꺼이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자치', '제2국무회의 신설' 등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개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불과 석 달 남은 6ㆍ13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지방분권 헌법개정'이 떠올랐다. 문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선 개헌이 필요한 만큼, 다가오는 지방선거까지 새 개헌안을 마련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 입장에선 높은 지지율을 기반한 문 대통령의 개헌 드라이브가 부담스러울 따름이다. 자칫 선거의 쟁점이 '정권 심판'이나 '지방행정 심판'에서 개헌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포시장, 인천광역시장, 안전행정부 장관 등 20여년을 지방행정 일선에서 근무한 유정복 인천시장은 "개헌을 하지 않아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법과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실천의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 5일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자리한 시청 집무실에서 유 시장을 만났다.

유 시장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의 근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헌을 안 해 (지방분권이 제대로) 안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분권이 개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선 김포군수로 출발해 지난 30년간 3선 국회의원과 장관, 광역자치단체장을 두루 지냈다. 이 땅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도 지방분권을 뒷받침할 시스템은 제도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지방자치는 이미 헌법에 명시돼 있다. 조직, 재정, 법 등을 (조금씩만) 손보면 된다. 사실 보조금만 잘 개혁해도 크게 개선된다. 또 지금 각 지자체의 2~3인자가 누구인가. (부지사ㆍ부시장은) 모두 중앙정부 출신 아닌가.

-왜 현 체제에서 지방분권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는가.

▲중요한 건 대통령 등 국가 책임자의 이해와 의지다.

-이번 정부의 지방분권에 대해선 몇 점을 줄 수 있나.

▲취임 후 1년이 지났는데 제2국무회의를 (단 한 번이라도) 했나, (그동안 대체) 무엇을 했나. 누구나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행정고시 출신인 유 시장은 지난 1987년 9차 헌법개정을 전후로 약 2년간 당시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에서 사무관으로 일했다. 김기재 전 부산시장,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당시 머리를 맞대고 현행 지방자치법 마련에 노력을 기울였던 선배들이다. 이후 유 시장은 경기도 기획담당관을 거쳐 지방정부에서 경험을 두루 쌓았다. 지난 정부에선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이런 유 시장은 '현재 진행형'인 새 헌법의 지방분권 강화 논의에 대해 "이해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지방분권을 위해선 우선 재정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해다. 심지어 학자들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분들이 계시다.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해 현재 국세 대 지방세의 비율을 8대 2에서 6대 4로 조정해야 한다는데, 이렇게 되면 서울ㆍ인천 등 대도시 이외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 지자체들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왜 그런가.

▲세원이 편재된 때문이다. 세원 자체가 (대도시를 위주로) 집중돼 있어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하면 대도시는 신이 나지만, 지방은 죽게 된다.

-대안은 무엇인가.

▲'특별ㆍ광역시 공동세'제도(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를 위해 특정 세목을 정해 공동으로 걷은 뒤 일정 비율로 나누는 제도)를 활용하든지 지역별로 세제를 달리 적용하든지, 제도적 연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방분권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행정안전부) 장관이 확실하게 (이 문제를) 이해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일선) 실무자들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현재 중앙부처의 보조금 사업은 수 천 가지가 넘는다. 이건 (사실) 부처가 존재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지방정부의 사업을 도와주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수 십년간 반복해도 (제대로 지방분권이) 안 되는 이유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해도는 높은 편인가.

▲그건 모르죠(웃음). 저는 수 십년간 자치행정을 해 왔지만, 장관이라고 모든 사안을 다 알 수는 없다. 예를 들면 교부세가 40조원가량 되는데, 일반교부세가 96% 정도 되고 특별교부세는 4%안팎이다. 정치인들이 흔히 장관에게 가서 "예산 10억원만 편성해주세요"라고 하는데, 이런 건 특별교부세에 해당한다.

그는 "지방자치에 대해선 밤을 새워서라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며 "뜬구름 잡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체험하고 느낀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과 그간 성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소속인 유 시장의 재선가도에는 난관이 적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군의 지지율이 유 시장의 지지율을 표면적으로 앞서는 까닭이다.

그만큼 유 시장은 올 6월 지방선거를 놓고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유 시장을 당내 경선 없이 전략공천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는 "일단 시정 운영에 집중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지역정가에선 유 시장이 9일 열리는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사실상 선거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작 본인은 "출판기념회는 출판기념회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유 시장은 "당 대표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전략공천을) 몇 차례 언급했을 뿐"이라며 "지금은 시장으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무소속 김포군수로 처음 당선됐을 때도 떠밀려서 나갔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답했다.

-김포군수 때는 무소속, 김포시장 때는 새정치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 소속이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여당을 가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시민들이 몰아넣은 셈이다. 그런데 지방정부는 시민을 위해 일한다. 국회와 달리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이 맞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다.

다만 유 시장은 꾸준히 제기되는 바른미래당과의 '묵시적 연대설'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불과 석 달 남은 지방선거 국면의 유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정치는 생물"이라는 격언을 되뇌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여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경계할 후보는 누구인가.

▲17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전국에서 고전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불과 몇 석 밖에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121석을 얻었다. 정치는 생물 같다.

-일각에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바른미래당과의 '묵시적 연대론'은.

▲무슨 가능성이야 없겠는가. 다만 그런 것을 내가 생각해서 (성사)될 일은 아니다.

-정말 가능성이 없는 건가. 양당의 서울시장-경기지사?인천시장 연대설 등 구체적 이야기도 떠돈다.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상황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이처럼 말을 아끼던 유 시장도 그간 시정 성과에 대해선 목소리를 높였다. 1호 공약이던 인천발 고속철도(KTX) 유치에 대해선 "누구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이뤄냈다"고 자신했고, 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 검단신도시ㆍ루원시티 등 현안에 대해선 "불과 2~3년만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국가 예산에 반영시켰다"고 힘줘 말했다.

이런 유 시장은 최근 유력 여당 후보들이 자신의 최대 치적인 인천시 채무 변제(약 3조7000억원)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비판하고 나선 데 대해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유 시장은 "빚을 늘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반대는 쉽지 않다"며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왜 10년간 빚을 한 번도 줄이지 못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3조7000억원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라며 "그 과정에서 노력한 시민, 공무원의 공로를 그렇게 평가절하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GM 사태와 관련해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시장으로서 어떻게든 역할 해야한다"면서도 "자금지원 등 열쇠를 지방정부가 쥐고 있지 않다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GM의 그동안 경영행태나 문제점 등을 두고 무조건 지원해선 안 된다는 여론도 있는 만큼 고도의 전략을 갖고 GM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력 ▲1957년 인천 출생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 사무관 ▲경기도 기획담당관 ▲관선 경기도 김포군수 ▲관선 인천 서구청장 ▲민선 김포군수·김포시장 ▲17ㆍ18ㆍ19대 국회의원 ▲안전행정부 장관 ▲인천광역시장

대담=오상도 정치부장 sdoh@
정리=유제훈 기자 kalam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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