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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폭탄 안은 산은③] 금호타이어, 더블스타 매각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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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낭비 비판 벗어났지만 실사 절반 못미치는 금액 '도마 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요구한 자구계획안을 두고 금호타이어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 가운데 채권단이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해외자본)를 끌어들이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태도를 보여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워크아웃 졸업 4년차인 금호타이어의 고난은 계속되고 있다. 채권단의 경영관리 및 위기 대처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금호타이어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채권자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는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이 다른 채무를 막기 위해 쓰이는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매각에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이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중국 사업과 현지 법인의 채무 상환 등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

산업은행이 발표한 삼일회계법인의 금호타이어 실사 결과를 보면, 채권단이 1조5000억~1조85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을 때 7500억원가량은 중국법인 정상화에 쓰일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이 자금이 설비투자 등 정상화의 실질적인 요소가 아닌 중국법인이 현지 금융기관 등에 진 빚을 갚는 데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법인의 채무 상환이 가장 시급하다"며 "채권단 입장에서는 이른바 돌려막기의 부담을 안는 셈이다"고 말했다.

결국 채권단이 꺼낸 카드는 제3자 매각이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채무상환 유예 결정을 3월 말로 미룬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이달 말까지 금호타이어 노사가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서(MOU)를 체결하길 바란다"며 "채권단은 해외 매각에 대한 설득과 협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의 소지는 다분하다. 매각이 최선의 방안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더블스타가 실사 결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금호타이어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발표한 현재까지의 협상 내용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에 6463억원(주당 5000원, 지분 45%)을 투자하고, 시설자금 용도로 최대 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조건이다. 고용보장 기간은 3년이며 더블스타의 경우 3년간, 채권단은 5년간 지분 매각이 제한된다.

이는 지난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지분 42% 확보에 9550억원을 제시한 것과 차이가 있다. 당시 채권단은 더블스타가 매각가격을 인하를 거듭 요구하자 관련 절차를 중단했다.

그런데 이번 매각은 조건이 더욱 완화됐다. 이 수석부행장은 "유동성 공급만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세일즈 네트워크 정상화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강성 노조를 이유로 금호타이어 인수에 발을 들이려는 해외 타이어업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매각을 내세워 혈세 낭비 논란에서 빗겨가는 듯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채권단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된 처사다.

지난해 한 차례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매각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은행 간 이견도 궁극적인 목적은 같다. 당시 지분 비중이 큰 우리은행(14.15%)은 하루빨리 금호타이어 여신을 돌려받고 싶어했고, 산업은행(13.51%)은 채권 만기를 연장해 매각하길 원했다. 마찰은 빚었지만, 양 측 모두 추가 자금 투입은 피하고 싶었던 모양새다.

금호타이어 매각에는 산업은행의 신중함이 특히 요구된다. 금호타이어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원인 중 하나로 대우건설 매각이 얽혀 있고, 이 또한 산업은행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과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했지만 산업은행은 이를 개의치 않았다. 결국 박삼구 회장은 대우건설을 다시 토해냈고, 금호그룹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부터 최근 한국GM까지 산업은행의 경영상 허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며 "금호타이어도 그 중 하나로, 산업은행의 판단 착오가 반복되면서 매번 생존을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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