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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금호타이어 채권단 뒷걸음질만… 구조조정 원칙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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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법정관리 여부 결정을 3월 말 이후로 미루면서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문제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채권단이 해외 매각을 하려면 사전에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채권단은 "노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외 매각이 핵심 쟁점인 만큼, 한 달 안에 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대로 시간을 더 끌면 금호타이어의 기업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쳐버릴 가능성이 커진다. 구조조정이 원칙 없이 지연되면 부실 기업들은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다른 기업들도 부실을 적극 털어낼 의지를 잃게 되어 산업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친(親)노조 성향인 이번 정부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조가 반대하는 구조조정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 논리가 경제 원리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뒷걸음질 계속한 채권단…"구조조정 원칙 안 보여"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작년 중국계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했지만 가격 문제로 최종 협상 단계에서 무산됐다. 이후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노사 합의로 자구책을 마련해 기업 가치를 높이면, 해외 매각 등으로 새 주인을 찾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만약 노조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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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한 달간 연기한 것은 지난달 26~28일 사흘간 금호타이어 노조와 '밀고 당기기'를 거듭한 끝에 내린 조치이다.

애초 채권단은 지난 1월 금호타이어의 차입금 1조3000억원에 대해 올해 말까지 만기를 연기해주면서 지난 26일까지 노사가 임금 삭감, 복지 축소, 생산성 향상 등에 합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이 시한(2월 26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바로 법정관리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한때 나왔다. 하지만 채권단이 "노조가 반대하고 있는 해외 매각과 관련해 향후 불가피한 경우에는 노조와 별도 협의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일단 극단적 상황은 피했다.

채권단은 이후에도 뒷걸음질을 계속했다. 다음 날(2월 27일) 금호타이어 노사협상이 결렬됐지만, 채권단은 법정관리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서 차입금 만기 연장은 유지해줬다. 하루 뒤(2월 28일)엔 전면 후퇴했다. 법정관리 결정을 3월 말 이후로 미루기로 해버린 것이다. 보도자료도 안 내고, 언론이 취재하자 슬그머니 그런 입장을 확인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고 거기에는 (법정관리 등) 법원의 절차도 포함돼 있다"고 한 발언은 엄포에 불과한 걸로 됐다.

당초 산업은행과 금융 당국은 금호타이어 노사협상이 불발되면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선언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법정관리 결정을 한 달 연장한 것은 노조 반발을 우려한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해외 매각 노조 동의가 핵심 쟁점

현재 채권단과 금호타이어 노조 대립의 최대 쟁점은 해외 매각에 대한 노조의 사전 동의권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이다. 노조는 "해외 매각을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용 보장이 안 되는 게 틀림없기 때문에 사전에 노조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해외 매각 여부는 재산권 행사와 관련된 것인데 노조의 동의를 받으라는 건 이치에 안 맞는다"며 "노조와 사전 협의하는 것 이상은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인건비 감축, 생산성 4.5% 향상 등 500억원 수준 감축 등 경영 정상화 방안에 일부 의견 일치를 이뤘지만, 채권단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거부했다. 금호타이어 사측도 958억원의 인건비 감축 등이 있어야 영업 이익률을 목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노조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동의 안 하면 법정관리뿐"

지금처럼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 매각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고집하면 법정관리 등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다. 한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는 "노사가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내지 않는다면 기존 채권단이나 외부 투자자는 신규 자금을 넣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법정관리로 가서 '빚잔치'를 통해 회사를 청산하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금원섭 기자(capedm@chosun.com);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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