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 재건축’ 강남권서 확산될듯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 특별계획3구역 선거에서 당선된 윤광언 추진위원장은 1대1 재건축을 공약했다. 조합원 수와 비슷하게 아파트를 짓는 방식으로, 면적을 최대 30%까지 늘릴 수 있다. 윤광언 위원장은 “중대형 위주 단지라 조합원들이 재건축 이후에도 계속 넓은 면적에서 살기를 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적합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나홀로 단지’인 서초구 신반포18차 337동도 1대1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1개 동 182가구인 이 단지는 원래 200여가구를 짓는 계획안을 만들었다가 서울시의 퇴짜를 맞았다. 한강변 바로 앞 일반주거지역 아파트는 최고 15층을 넘을 수 없는 탓이다. 조합은 한강변과 가까운 1개 동에는 15층, 다른 동에는 30층 내외를 적용해 총 182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내용으로 최근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받았다.
이들 단지가 1대1 재건축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재건축과 달리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주택을 60% 이상 짓지 않아도 되고, 신규 분양물량이 적어 분양가 상한제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재건축을 진행할 때 의무 사항인 임대주택 공급도 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단지 고급화를 병행하면 개발 비용이 늘기 때문에 초과이익 환수 금액도 준다.
압구정 3구역에는 현대 1~7차, 현대 65동, 현대 10·13·14차, 대림빌라트 등이 포함돼 있다. 전체 6개 구역 중 부지 면적이 36만㎡로 가장 넓고 한강변에 돌출 부분에 있어 입지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압구정 3구역의 상징성이 큰 만큼, 조건이 비슷한 ‘우선미(우성·선경·미도)’ 등 강남권 중층 아파트의 재건축에도 이런 방식이 확산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진입 문턱 높아지는 강남권… 집값 더 오르나
문제는 1대1 재건축 방식이 확산되면 결과적으로 강남권 진입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빈 땅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이 지역에서 거의 유일한 새 아파트 공급수단은 재건축이다. 재건축을 통해서도 가구 수가 별로 늘지 않는다면 강남권 새 아파트 공급은 더욱 요원해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올해 입주할 아파트 물량은 1만5542가구로 최근 3년 평균치(5662가구)보다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이는 연말 입주 예정인 역대 최대급 대단지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9510가구)가 반영된 수치다. 내년에는 4836가구로 입주 물량이 다시 크게 준다.
현재 대기 수요가 풍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남 지역의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일반분양 물량이 1690가구로 많아 수요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마지막 강남권 진입 기회’로 여겨지는 ‘디에이치 자이(개포주공 8단지·3월 분양)’에 대해 각종 커뮤니티에서 ‘10만 청약설’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강남권 대기 수요는 풍부하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으로 분양 단계 전에 재건축 시장에 진입하는 길도 대부분 막혀있는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강남권 등 다른 지역 단지들과 차이는 갈수록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재건축을 타깃으로 한 정부의 계속된 규제가 강남을 더욱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고 있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좋은 입지를 가진 곳이 각종 규제에 막혀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규제가 소유주들로 하여금 자신들만 좋은 입지를 누리게 하도록 몰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salmo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