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전집.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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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클릭 몇 번이면 앉은 자리에서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책 자체가 귀하고 교통, 통신이 원만하지 않았던 시절엔 그나마 큰 서점을 끼고 있던 대도시가 아니라면 책에 대한 정보를 구하거나 책을 직접 만져보고 살펴보고 고를 기회가 없었다. 이 틈새를 파고 든 이들이 월부 책 장사다. 견본으로 보여줄 책 몇 권에다 이런저런 전집류에 대해 정보가 가득 담긴 설명 자료들이 있는 007가방 같은 것을 들고 다니면서 책을 권했다. 학교 다닐 아이들이 많아 보이는 동네뿐 아니라, 책 사볼 만한 사람이 없어 뵈는 산골 달동네나 저 멀리 외따로 떨어진 섬마을까지 다녔다. 전집 한질 정도 손쉽게 사줄 넉넉한 집안은 드물었으니 거래는 월부였다. 은행 시스템이 마땅치 않으니 달마다 월부금을 받으러 동네를 들락날락했다. 그렇게 10권, 20권씩 묶인 전집류를 월부로 들여놓으면 이상하게도 어느 정도는 읽게 됐다. 딱히 다른 놀거리가 마땅치 않았던 시절인데다, 집 한 켠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전집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히 본전 생각이 간절해지기 때문이다. 월부 책 장수는 마땅한 벌이가 없었던 가난한 문인, 출판인, 지식인들을 위한 중요한 호구지책이기도 했다. 경제사정이 전반적으로 나아지던 1980년대 중반 이후 차츰 사라졌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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