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이중적 잣대로 인식해온 '일본서기', 독자적 연구 필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고대사학회 '일본서기와 고대사 연구' 토론회

연합뉴스

국내에서 나온 일본서기 관련 서적.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일본 야마토(大和) 정권이 4세기 중반부터 약 200년간 한반도 남부의 임나(가야)를 직접 통치하고, 백제와 신라를 간접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의 문헌적 토대는 '일본서기'(日本書紀)다.

일본서기는 720년 완성된 일본 역사서다. 건국 신화부터 697년까지의 역사가 연대순으로 정리됐다. 비슷한 시기에 작성된 '고사기'(古事記)에 비해서는 믿을 만한 사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제강점기 경성제대 교수를 지낸 스에마쓰 야스카즈(末松保和)는 패전 이후 '임나흥망사'(任那興亡史)에서 일본서기의 가야복속사관을 계승해 고대 일본의 가야 지배를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서기의 이 같은 내용을 부정하면서 임나를 경영한 나라는 일본이 아닌 백제였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서기'의 기록을 바탕으로 백제 왕인(王仁) 박사가 일본에 건너가 학문을 전파했다고 말한다. 왕인에 관한 기록은 국내에 전혀 남아 있지 않다.

한국고대사학회는 이처럼 이중적 잣대로 인식해온 일본서기의 해석과 연구 문제를 논의하는 합동토론회를 22일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에서 개최했다.

이근우 부경대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우리 학계에서 일본서기는 임나일본부설의 핵심적 사료라는 점에서 철저히 비판받고 있지만, 불교의 전래와 오경박사 파견 같은 부분에서는 내용을 그대로 신뢰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서기 내용 중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우리가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기사가 있다"며 "우리에게 불편한 기사까지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연구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영식 인제대 교수는 "일본서기에 대한 '갈팡질팡' 활용을 극복하는 첫 번째 방법은 일본서기로 돌아가는 일"이라며 "그간 일본 학계에서는 엄청난 연구의 축적이 있었지만, 우리는 일본서기에 대한 구체적 정리나 검토가 전무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료로서의 가치를 검토하지 않으면 비판 기준이 입맛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 학계만의 독자적인 연구를 시작해야 그 성과를 전제로 진정한 고대사의 복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오영 서울대 교수는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한반도 남부의 일본계 문물에 대한 고대사 연구자들의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며 "일본서기만을 통해 이뤄지던 한반도계 이주민 연구의 방법론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