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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
번잡한 시간을 피해 도착하였지만 인기만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식사 중이었다. 느긋하게 입맛에 맞는 음식을 겨냥해서 두어 번 돌고 오니 어느 정도 배가 불렀다. 한 끼의 직무유기가 미안하지 않으려면 동행한 가족들도 맛있게 먹어줘야 한다. 다행히 다들 만족한 얼굴로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마무리를 할 때쯤이었다. 식당 안을 요란하게 울리는 재채기 소리에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별다른 기색 없이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잘못 들었나 싶은 마음도 잠시, 또다시 연거푸 울리는 요란한 재채기 소리와 함께 눈살을 찌푸린 아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식탁에 앉았다. "이게 무슨 소리니?" "엄마, 저기 아주머니 표정 좀 보세요. 표정이 말이 아니죠?"
아주머니의 앞에는 아들 또래의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음식을 담고 있었고, 청년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아주머니는 음식과 청년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어이없다는 듯 다른 메뉴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과는 달리 여러 사람들의 눈총이 그 청년을 쫓고 있었다. 오래 묵은 먼지 냄새처럼 청년의 쾌쾌한 침 냄새가 음식뿐 아니라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나오는 재채기를 어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음식에서 떨어져서 고개를 돌리고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다.
청년의 행동은 지난해 유럽 패키지여행에서 있었던 불쾌한 기억을 상기시켰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유난히 시끄럽게 떠드는 일행이 있었다. 현지인들 보기에 민망하여 조용히 주의를 주었지만 무슨 상관이냐는 듯 아랑곳하지 않았다. 곱지 않은 눈으로 시끄럽게 떠드는 동양인을 바라보던 그들의 눈초리가 아직도 잊히지 않고 있다. 부끄러움은 왜 나의 몫이 되었는지.......애국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에티켓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알아야겠다. 요즘은 외식 문화가 많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관계 형성과 사회적 관계 형성으로 따뜻한 밥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외식이다.
김순덕 수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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