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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POP초점]"이현주→이윤택"…영화·연극계로 번진 #미투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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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이현주 감독/ 사진=대단한 단편영화제 제공, 이윤택 전 감독/ 사진=연희단거리패 제공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미투 캠페인이 문학계를 넘어 영화, 연극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이후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지난 2017년 10월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된 ‘Me Too’(미투) 캠페인이 한국 영화계와 연극계로 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최영미 시인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기고한 시 ‘괴물’을 통해 문단의 한 원로 작가를 ‘En'이라고 칭하며, 그가 젊은 여성들에게 성추행을 저질러왔다고 폭로했다. 이후 일각에서는 'En'이 고은 시인을 칭한다며 비판의 화살을 고은 시인에게 돌렸다. 이 폭로로 문학계는 왈칵 뒤집어졌다. SNS에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올리지 않았을 뿐이지 문단내 성추행 문제에 대한 최영미 시인의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앞서 할리우드 내에서 시작된 'MeToo' 캠페인이 한국 문단에부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리고 이윽고 영향은 한국 영화계에도 미치기 시작했다. 이현주 감독이 동성 감독을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난 것. 피해자 B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MeToo 해시태그를 단 후, 영화감독 A가 자신을 성폭행했던 사실을 폭로하며 사건을 공론화했다. 지난 2015년 4월 9일, 이현주 감독은 술에 만취하여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동료 동성 감독인 피해자 B씨를 상대로 간음을 한 것. 이에 재판부는 이현주 감독에 대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한 것.

하지만 이 과정 중에 이현주 감독은 (사)여성영화인모임에서 주최하는 여성영화인 축제에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과 제38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B씨는 “재판 기간 동안 가해자는 본인이 만든 영화와 관련한 홍보활동 및 GV, 각종 대외 행사,영화제 등에 모두 참석했다. 올해의 여성영화인 상까지 받은 가해자의 행보는 나에게 놀라움을 넘어 인간이란 종에 대한 씁쓸함마저 들게 했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이현주 감독은 자신의 실명을 직접 밝히며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이현주 감독의 연출작 ‘연애담’의 조감독인 C씨가 현장에서의 이현주 감독의 언행에 대해 폭로하며 사건은 들불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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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담' 포스터


이에 이현주 감독은 "난 그날의 일에 대해 전하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그날 이후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느꼈을 고통에 대해서 간과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저의 행동들은 너무도 커다란 상처를 줬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 그리고 '연애담'을 아껴주시고 응원해 주신 영화인들과 관객분들, 이 영화와 함께한 모든 분들에게 큰 충격과 상처를 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내게 영화는 삶의 전부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것을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더 이상 영화일을 하지 않겠다"고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사)여성영화인모임은 해당 혐의와 판결을 받은 이현주 감독에 대해 수상했던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박탈했고, 지난 7일 한국영화아카데미 측은 헤럴드POP에 “영화진흥위원회 차원에서 진상 조사팀을 꾸렸다. 내부 위원과 외부 위원을 포함한 진상 조사팀이 1~2주 내에 조사를 끝내고 진상을 밝혀낼 예정이다”라고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후 #MeToo 캠페인의 불길은 연극계로 퍼져나갔다.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MeToo 캠페인에 동참하며 10여 년 전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으로부터 겪은 성추행 피해를 고발한 것.

김수희 대표는 해당 글에서 이윤택 전 감독이 안마를 시키고 바지를 내렸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이윤택 전 감독은 예술감독 직에서 물러났고 연희단거리패는 공연 중이거나 예정이었던 연극 ‘수업’과 ‘노숙의 시’ 등 작품의 연출을 모두 취소했다. 또한 극단은 해체를 발표하고 공식 SNS 계정 역시 폐쇄했다. 17일 한국극작가협회 또한 이윤택 전 감독을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밝혔다. 서울연극협회도 이날 이윤택 전 감독을 제명했다. 연극협회는 연희단거리패의 ‘2018년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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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희 대표, 이승비 배우 SNS 캡처


이후 또 다른 피해자가 #MeToo 캠페인에 동참했다. 한 네티즌은 17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를 통해 ‘윤택한 패거리를 회상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남기며 이윤택 전 감독에게 두 차례의 성폭행 피해 경험이 있다고 폭로했다. 또한 이 네티즌은 지난 18일 후속으로 게시한 ‘윤택한 패거리를 회상하며 2’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2001년 밀양 여름축제 기간 중 하용부에게 먼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하용부 씨는 지난 2001년 백중놀이 전수자로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밀양연극촌 촌장을 맡고 있는 인물. 해당 글이 게시되자 이윤택 전 감독과 하용부 씨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들끓었다. 배우 이승비 역시 과거 이윤택 전 감독에게 당한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는 글을 게시했다.

이에 이윤택 전 감독은 19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에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윤택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출신들과 단원들에게도 사죄드립니다. 선배 단원들이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을 했는데 번번이 제가 그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큰 죄를 짓게 된 것입니다”라고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처럼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Metoo 캠페인이 한국 문단과 영화계, 연극계까지 번지며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그간 곱게 가려져있던 민낯들이 까발려졌다는 평이었다. 피해자 한 명의 용기로 시작된 #MeToo 캠페인이 여럿의 증언에 더욱 힘을 받으며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지금, #MeToo 캠페인은 이제 영화계와 연극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파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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