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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최순실이 아니면 박근혜는 몰랐을 것”...판결에 드러난 ‘비선실세’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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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최순실씨(62)의 판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66)을 통해 국정농단을 자행한 ‘비선실세’ 최씨의 행태가 고스란히 담겼다. 법원은 “최씨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박 전 대통령이 사사로운 현안까지 알고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씨의 부탁을 받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려 실행에 옮긴 박 전 대통령의 책임도 분명히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최씨의 직권남용·강요 등 범행이 “최씨의 부탁→박 전 대통령의 지시→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실행”과 같은 구조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특히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사실을 설명하며 “최씨를 통하지 않았다면 박 전 대통령이 그러한 문제들까지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였음을 인정한 셈이다.

지난 13일 최씨는 포스코 등을 상대로 더블루K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게 하고, 현대차그룹과 KT 등을 압박해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발주하게 한 강요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최씨가 자신의 실소유 회사로 판명된 더블루K와 플레이그라운드에 많게는 수십억원의 대기업 돈을 부당 지원받아 사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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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최씨의 신생회사를 알고 있던 데 주목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최씨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의 회사소개 자료를 받았을 가능성은 상정하기 어렵다” “최씨의 요청이 아니라면 박 전 대통령이 설립된지 열흘에서 한 달 남짓 된 더블루K의 존재 등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최씨의 청탁이 없었다면 박 전 대통령이 시중 은행의 임원 인사에 개입할 동기가 없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요청이 아니라면 박 전 대통령이 이상화씨의 하나은행 승진 발령 등의 문제를 인지할 방법이 없었고,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을 지시할 이유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2015년 하나은행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으로 근무하며 최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으로부터 승마 지원 명목의 뇌물을 수수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는 등 최씨와 친분을 맺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을 최씨가 자행한 국정농단의 피해자로만 보지는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40년 지기’ 최씨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 부당한 지시 등을 통해 현안 해결에 나섰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정농단의 주된 책임은 헌법상 부여된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준 대통령과 이를 이용한 최씨에게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에서 “최씨가 사익을 추구하는 줄 몰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씨 측은 선고 직후 “박 전 대통령이 최씨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알 수 없었다는 재판부의 인식은 상당히 그릇됐다”며 “두 사람이 공모했다는 데 대한 설명을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씨 측은 선고 다음날 항소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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