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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홍기영칼럼] 미국발 경제 충격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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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새해 첫 달 글로벌 주식시장은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2월 초 뉴욕 증시 ‘발작’은 전 세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앞으로 닥칠 지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비이성적 과열’이라며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를 예언해 적중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고평가된 미국 증시의 조정이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고 최근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증시는 경제의 거울이다. 폭등 후 폭락한 비트코인 광풍처럼 투자자가 증시를 카지노로 생각할 때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는 투자자 행동이 위축된다. 특정 상품에 대한 자금 쏠림 현상이 문제다. 과도한 차입을 바탕으로 한 인덱스 펀드에 ‘묻지마 투자’가 버블을 키웠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와 연계된 상장지수상품(ETP)이 충격에 반응하면서 장세가 요동을 쳤다.

‘유동성 파티’가 끝나간다. 세계적 초저금리 시대는 이제 종언을 고한다. 시장에서는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모드로 급선회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실업률이 4%대로 떨어진 미국은 일손이 부족할 정도다. 고용지표 개선은 임금 상승을 낳고 물가 불안을 키운다.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과 임금 상승률 간의 상반관계를 보여준다. 가파른 경기회복세는 물가를 잡으려는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박차를 가하리라는 전망을 낳는다. 2015년 제로금리에서 다섯 차례 금리를 올린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세 차례에서 네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은 채권금리 상승으로 앞서 움직인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100g짜리 순도 100% 황금알을 1년마다 하나씩 낳는 거위가 있다. 현재 1g당 금값은 5만원이고 시장금리는 연 2%다. 금값에는 변동이 없고 거위는 계속 황금알을 낳는다는 가정을 하자. 거위 가격은 지금 얼마일까? 황금알의 현가는 5×100/0.02=2억5000만원이다. 그런데 시장금리가 연 4%로 오르면 거위 가격은 어떻게 될까? 5×100/0.04=1억2500만원이 된다. 금리가 두 배로 상승하면 거위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진다. 현실에서 금리가 오르면 기업 실적이 둔화하고 설비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며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금리 상승은 주가에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 그동안 상승 트렌드를 타던 주식시장에 찬바람이 불어닥칠 수 있다.

자산 가격의 대대적 조정이 일어날지의 관건은 3월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달렸다. 하지만 임금 상승발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신중론도 적지 않다. 미 증시 기초 여건은 탄탄한 편이다. 미국 경제는 재정과 무역적자를 견뎌내는 데 충분할 정도로 견조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감세정책은 기업이익 증가에 힘이 된다. 10년여 양적완화·재정지출 확대에 힘입어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 경기도 회복세가 이어진다. 다만 그 기울기는 매우 완만하다. 장기 하락 추세의 노동생산성이 급반등하기는 힘들다. 임금과 물가 상승이 확산하리라는 판단을 섣불리 내릴 수 없다.

한국 경제는 올해 글로벌 평균 수준보다는 썰렁한 흐름이 예상된다. 도처에 지뢰가 널려 있다. 내수 경기는 지지부진하다. 원화 강세가 수출기업 실적 둔화로 가시화한다. 미국과 중국 통상압력은 거세진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축소라는 역효과로 나타난다. 말로만 규제 완화에 기업은 투자 확대를 꺼린다. 미국이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할 때는 한국 금리와 역전 현상이 빚어진다. 외국 자본 이탈 우려도 크다. 14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금융·부동산 시장의 뇌관이다. 미국발 경제 충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서는 안 된다. 효과적인 환율·금융·재정정책 믹스와 기업 구조조정·경쟁력 강화 시책이 절실하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6호 (2018.02.21~2018.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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