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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취재수첩] 여전히 안녕 못한 기업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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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 위기징후를 잡플래닛과 손잡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순위를 매긴 ‘당신의 기업은 안녕하십니까’라는 특집기사가 나갔다. 잡플래닛은 소속 회사 직원이 익명으로 직접 회사 문화 관련 글을 올리는 일종의 온라인 기업신문고다. 이번 기사에서는 성희롱, 갑질 등 부정적인 단어를 쓴 게시물들을 추출, 이 중 사안의 심각성이 엿보이는 문구들을 일부 소개했다. 글 중에서는 경영진 비위행위, 성희롱, 갑질을 암시하는 리뷰들이 잇따랐다.

그런데 순위에 거론된 회사 상당수로부터 ‘억울하다’ ‘사실과 다르다’ ‘퇴사 직원들의 억지다’라는 항의성 전화가 많이 왔다. 일부 대표는 “회사에 앙심을 품은 직원이 없는 얘기를 지어내 대표 개인은 물론 회사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데 익명이라는 이유로 이를 버젓이 기사화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 경영진의 격앙된 반응과 달리 기자의 메일로 응원 혹은 추가 제보를 하는 직원도 많았다. 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사안만 놓고 보면 해당 기업의 사내 문화에 상당히 문제가 있어 보였다.

응대 과정에서 더불어 든 생각은 ‘왜 경영진과 직원들이 얼굴을 맞대고 혹은 내부에서 이런 불만을 듣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걸까?’였다. 양측 모두 언론에 대고 불만을 얘기하거나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는 꼴이다.

이를 두고 위기관리 컨설팅 업체 에이케이스의 유민영 대표는 “경영진은 사내 문화를 일종의 복지 혜택을 잘 주면 된다는 식의 시혜성 사안으로 이해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내부 고객센터, 신문고 등 제도나 시스템을 마련한다고 해도 경영진이 직원과 ‘주종’관계라 인식하면 이런 갈등과 불만은 계속 터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새해가 지나도 기업 관련 갑질, 오너 리스크 등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우리 기업은 떳떳하고 직원들은 행복해하는데 억울하다’는 말을 하기 전에 기업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매경이코노미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6호 (2018.02.21~2018.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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