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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레이더P] 북한의 명절과 설날…음력설 1989년 부활했지만 후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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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절·광명성절 등 사회주의 명절 우선
구정보다는 신정 쇠는 경우 많아


떡국, 세뱃돈, 민족대이동. 설 연휴 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과거 '구정'이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음력설이 '설날'로 바뀌었을 정도로 우리는 음력설인 설날에 의미를 두고 있다. 북한에도 설날이 두 번 있다. 그러나 우리만큼 설날이 큰 명절은 아니다. 북한 음력설은 어떤 분위기일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북한의 명절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사회주의 7대 명절 △일반 기념일 △국제적인 기념일 △전통 민족명절이다. 이 가운데 사회주의 7대 기념일 가운데서도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 △광명성절(2월 16일 김정일 생일) △정권 수립일(9월 9일) △조선노동당 창건일(10월10일)을 4대 명절로 친다.

민족 명절은 신정인 설이 있고 음력설, 추석 등이 있는데, 추석은 1988년에, 음력설은 1989년에 부활됐다. 북한의 30·40대에 음력설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1967년부터 1988년까지 음력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일성이 봉건 잔재의 타파라는 명목으로 음력설을 없앴고, 1988년 김정일의 지시로 부활했다. 2003년부터는 음력설에도 연휴가 도입됐다. 즉 1970·1980년대에 태어난 30·40대는 어렸을 적 음력설을 쇠지 않아 기억이 없다.

그러나 음력설을 없앤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설명도 있다.김정은의 생일인 광명성절이 2월 16일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공교롭게도 광명성절과 음력설이 겹쳤다. 북한 최대 명절인 광명성절 앞뒤로 음력설이 있어 최대 명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없앴다는 설명이 그래서 나온다.

음력설이 부활하긴 했지만 관습상 사라지다시피 해 북한에서는 신정을 쇠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음력설의 공백이 워낙 길기 때문에 북한의 관습에서 많이 잊혔고,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돼 먹을 것이 부족해 명절다운 분위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산주의 체제인 북한은 명절에 주민들에게 배급을 실시하는데 최대 명절답게 광명성절인 2월 16일에는 배급을 풍성하게 하는 반면 음력설에는 배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처럼 민족 대이동도 보기 힘들다. 북한 내에서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여행증 발급이 필요하고, 교통 사정상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친척집에 가더라도 민폐를 끼쳐 이동이 거의 없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음력설 문화가 짧은 만큼 북한에서 신정과 음력설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북한 설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떡국이나 만둣국을 끓여먹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한다. 소고기로 국물을 우려내는 우리와 달리 북한은 닭으로 국물을 낸다. 과거 꿩으로 국물을 우려냈는데 꿩을 구하기 어려워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도 여기서 유래됐다.

배 문화도 비슷하다. 다만 돈 대신 떡을 주기도 한다. 많은 것이 우리와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동상이나 초상화 앞에 꽃다발을 바치고 인사하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28일 북한 인민군 군인들과 각 계층 근로자들이 설날을 맞아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 헌화했다고 보도했다. 대체로 신정에 하던 헌화가 음력설로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신정 때 국가적인 이벤트이자 최대 볼거리는 '설맞이 공연'이다. TV를 통해서도 방송되는 이 공연은 주체사상을 심어주는 등 체제 선동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최근 설날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 탈북자의 증언이다. 탈북자 출신 임영선 통일방송 회장은 "김정은 정권 들어 설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며 "과거와 달리 평양과 지방의 친척집을 오가고, 과거에 전혀 없던 제사 문화가 중국을 통해서 한국 문화가 들어갔는지 부유층을 중심으로 제사를 지내곤 한다"고 전했다.

[김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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