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일대는 서울 시내 가장 저평가된 지역 중 하나로 꼽혔다. 사진은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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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승현 씨(34)는 서울 양천구 목동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구입할 예정이었다. 올해 6월 준공을 앞둔 단지. 주중에 전용 59㎡가 5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주말에 방문했다. 하지만 며칠 새 해당 매물은 이미 팔리고 없었다. 하물며 6억원대에 나온 매물조차 모두 사라졌다. 분양권 소유자들이 신축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가격을 모두 7억원 이상으로 올렸다는 얘기만 들렸다. 김 씨는 “나름 저평가받은 단지라 생각하고 고민 끝에 구입을 결정했는데 한 달도 안 돼 억 단위로 가격이 오르니 황당하다”며 “다른 분양권 또한 눈 씻고 찾아봐도 매물을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정부가 강남 재건축 시장을 향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신규 분양권이나 강북 재개발 조합원 물건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잇단 정부 대책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거래가 묶이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쪽으로 관심이 높아졌다. 재개발이나 신규 분양권이 귀해졌지만 부동산 대책이 워낙 많이 쏟아지다 보니 시장에선 자칫 또 다른 규제 타깃이 되지 않는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 10인 설문조사를 통해 강남 재건축 규제에 따른 반사효과를 많이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꼽아봤다.
▶강남 어렵다면 강북 도심으로
▷직주근접 선호 현상 갈수록 심해져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고, 그다음 중요한 것도 입지, 그다음 중요한 것도 입지”라는 말이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 같은 옛 선인도 “4대 문을 한번 벗어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던가.
요즘 부동산 시장 화두는 크게 두 가지다. 신축과 직주근접. 직장이 많은 광화문이나 종로 주위 신축 아파트는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는 철저하게 입지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이 어렵다면 도심으로 가라”며 “다른 어떤 요소보다 위치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북아현뉴타운과 아현뉴타운 일대 재개발 구역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두 곳 모두 서울 시내 여러 재개발 구역 중 도심에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부터 아현역을 경계로 북쪽에는 북아현뉴타운, 남쪽에는 아현뉴타운이 위치했다.
신규 분양권은 아현뉴타운 내 마포자이3차가 주목받는다. 올해 9월 준공 예정인 마포자이3차 전용 59㎡ 분양권은 8억5000만원에 거래된다. 이 일대에서 마포자이3차보다 더욱 주목받는 물건이 있다. 대흥2지구를 재개발한 ‘신촌그랑자이’와 올해 분양 예정인 ‘염리3구역’이다. 신촌그랑자이는 내년 12월 준공 예정으로 올해 6월 전매제한이 풀린다. 2호선 이대역과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단지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들은 “마포자이3차 전용 59㎡는 8억5000만원, 전용 84㎡가 10억원에 팔리는데 신촌그랑자이는 최소 10% 높은 가격에서 거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올해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는 염리3구역 또한 마포구 내 랜드마크 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보다 더 입지가 좋아 실수요자 관심이 많다.
북아현뉴타운 또한 뜨거운 지역이다. 도심 접근성만 보면 아현뉴타운 일대보다 더 낫다. 특히 북아현뉴타운 내 5개 구역 중 2구역은 2호선 아현역에서 충정로역 일대를 둘러싼 곳이다. 입지만 놓고 보면 최근 서울에서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단지 중 하나인 ‘경희궁자이’보다 좋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2구역은 입주까지 7~8년 이상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서울 시내 여러 재개발 구역 중 북아현뉴타운보다 도심 접근성이 편리한 곳은 없다”며 “10년 안에 아현동은 서울 내 신흥 부촌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또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여의도에는 대부분 준공 40년이 지난 단지가 많다. 때문에 재건축 연한이 늘어나거나 규제가 더 심해지면 여의도가 다시 한 번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한강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여의도는 그간 저평가를 받아왔다”며 “강남 재건축 규제가 심해질수록 여의도 재건축 사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영원한 투톱 한남·성수
▷노량진·신길·청량리도 저평가
한남동, 성수동, 옥수동의 공통점은?
서울 대표적 업무지구인 강남과 광화문 어디에도 가기 편리한 입지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성수동은 성수대교, 한남동은 한남대교, 옥수동은 동호대교만 건너면 바로 강남이다.
향후 대규모 신규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옥수동과 달리 한남동과 성수동 재개발 사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간 가격이 많이 올라 전문가 표는 덜 받았지만 그럼에도 한남동과 성수동은 꾸준히 주목해야 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한남뉴타운은 강남 재건축 규제에 따른 최대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는 지역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3구역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사업시행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지면적 33㎡ 이하 소형 다세대·연립주택은 3.3㎡당 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강남에 사는 투자자들이 한남동 일대 재개발 구역 조합원 물건을 쓸고 있다는 후문이다.
성수동 또한 한남동 못지않게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성수동은 한강변에서 유일하게 50층 개발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장점이 있다. 성수동 재개발지구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성수4지구는 대지면적 30㎡ 이하 소형 다세대주택 매매가격이 대지 지분 3.3㎡당 1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지난 6개월 동안 약 3000만원 올랐다. 상업지역에 속한 구역으로 초고층 건물이 가능하고 입지도 좋아 소형 매물을 구하기 쉽지 않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한남동과 성수동은 시내 중심에 위치했으면서도 녹지공간이 많다”며 “입지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된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입지는 좋지만 워낙 오랜 기간 ‘낙후지역’으로 각인된 곳 중 주목할 만한 지역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노량진이다.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입지만 보면 용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다만 대규모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적이 거의 없어 그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최근 모든 구역에서 조합 설립을 완료하고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조금씩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전체 8개 구역 중 가장 입지가 좋은 1구역과 3구역은 대지지분 3.3㎡당 약 4000만~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노량진을 중심으로 서남쪽에 위치한 신길뉴타운, 동북쪽에 있는 청량리 재개발 구역도 신흥 주거지로 떠오르는 곳이다. 신길뉴타운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그 일대가 바뀌고 있다. 신길뉴타운의 최고 장점은 여의도, 광화문, 강남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와 모두 가깝다는 점. 신길뉴타운 내 신규 아파트 분양권이나 이미 준공을 완료한 단지는 대부분 분양가격 대비 수억원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다만 신길뉴타운은 도로 하나를 두고 한쪽은 신축 아파트가 즐비했지만 다른 쪽은 여전히 낙후된 지역이다. 당장은 실거주자 입장에서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
청량리 재개발 또한 4구역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기대감이 큰 지역으로 분류된다. 청량리 역사와 바로 인접한 청량리 4구역은 총 65층, 1400여가구 주상복합으로 개발된다. 아파트뿐 아니라 호텔과 쇼핑몰 또한 들어서며 오는 4월 일반분양이 예정돼 있다.
주변 부동산도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들썩인다. 청량리 일대 대장주로 꼽히는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84㎡는 현재 8억원에 매매된다. 청량리는 물리적으로 도심과 가까운 편이었지만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강남으로 가는 지하철 교통이 좋지 않다는 점. 하지만 오는 8월 분당선 연장선을 개통하면 강남 접근성이 한층 나아진다. 또 여의도와 용산을 지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과 강남을 지나는 GTX C노선도 추진 중이다.
강공석 리치알엠디 대표는 “서울에서 가장 저평가된 지역을 딱 한 곳만 꼽는다면 청량리 일대다. 교통 개발 호재가 많지만 아직도 가격에 반영이 덜 됐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지역”이라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5호·설합본호 (2018.02.07~2018.02.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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