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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기자수첩]핑계 잃은 국회…민심의 진짜 주문은 '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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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평창, 설날부터…"

이달초 2월 임시국회 전망을 묻자 의원들은 이렇게 답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국민들은 설 연휴를 즐기며 평창 동계 올림픽을 열렬히 응원했다. 환호와 격려가 쏟아졌다. 올림픽 성공에 대한 기원은 기본이었다. 의원들도 한마음이었다. 올림픽 개막에 앞서 ‘정쟁’을 멈추자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모두의 바람대로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여당 한 의원은 "남북관계 등에서 지난 추석과 달리 (올림픽 등으로) 평화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를 믿을만하다고 해줬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권, 국회를 바라보는 민심은 따뜻하지 않다. 스스로도 모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정략적으로 싸우면서 아무 논의도 안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고 민심을 전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도 "정부의 설익은 정책을 국회가 나서서 해결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밝혔다.

민심의 주문이 있다는 것은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국회는 '정쟁'을 멈추자고 외치면서 '법안 심사' 등까지 중단했다. 법사위는 개점휴업 중이다. 각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에 먼지만 잔뜩 쌓였다. 지진, 화재, 가상화폐 등 주목했던 이슈도 벌써 잊고 있다.

평창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 대신 평창의 성공을 핑계 삼아 '휴가'를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 일을 다 하면서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국민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국회의원들은 2월 국회의 20일을 그대로 허비했다. 이런 국회를 향한 국민의 시선은 결코 달갑지 않다. '빈손 국회'를 우려하는 온라인 기사엔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을 비난하는 댓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27만여명의 국민들이 "의원들에게 최저시급을 지급하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참여한 것은 하나의 이벤트나 해프닝이 아니다. "싸우지 말라"던 국민들의 요구는 이제 "일 좀 해라"로 한 단계 높여졌다. 국민들의 '주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실직'하는 수밖에 없다.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kunhee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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