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72.2% “가업승계 최대 걸림돌은 상속세 부담”
기업 매각 과정에서 가치하락·무자본 M&A 세력 표적 등 우려
“기업상속공제제도 대상 확대 필요…상속세 물납에 주식도 포함시켜야”
[이데일리 윤필호 기자] 국내 최대 피임기구 제조회사 유니더스(044480)는 지난해 11월 경영권을 매각했다. 최대주주 김성훈 대표가 보유중인 주식 300만주(지분 34.88%)를 바이오제네틱스투자조합 등에 200억원에 매각하면서 경영권을 넘긴 것이다. 경영 2세인 김 대표가 부친이 일군 회사를 포기해야 했던 이유는 상속세에 대한 부담이었다. 창립자 김덕성 회장의 별세로 경영권 지분을 상속받은 김 대표가 납부해야 한 상속세는 50억원 가량으로 추정됐다.
◇ 최대주주 상속세율 최고 65%…세계 최대
2세 경영에 나선 이들에게 세금 문제는 최대의 난관이다. 중소기업청(현재 중소벤처기업부)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2016년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가업승계 계획을 세우지 못한 중소기업의 72.2%가 가장 큰 걸림돌로 ‘상속·증여세’를 꼽았을 정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상속세 규정상 대주주는 최고세율 50%에, 최대 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까지 더해 최고 65%의 실효세율을 적용받는다.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최고 세율 26.3%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호주, 이탈리아, 캐나다가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 많은 국가들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추세와 정반대 흐름이다.
정부는 현재 가업상속 공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직전 3개연도 평균매출액 3000억원 미만 △피상속인 가업 10년 중 5년 이상 대표이사 재직 △상속 개시일 전 2년 이상 상속인 가업종사 △가업상속 후 10년간 정규직 근로자 수 유지 등 요건이 까다로워 적용 대상이 소수에 불과하다. 중소벤처기업부 한 관계자는 “가업승계 기업 지원 차원에서 ‘가업상속 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으로 이용은 1년에 70건이 안된다”고 밝혔다. 코스닥상장협회 관계자도 “막대한 세금은 2세나 3세 경영인의 승계 의지를 꺾어버려 회사는 폐업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결국 세금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매각하거나 아예 상속을 포기하고 매각을 진행하는 상황에 내몰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식을 매각할 경우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고, 기업을 매각하더라도 상속세를 회피했다는 낙인으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 등에 표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업상속 공제제도 개선 필요…“물납 항목 확대해야”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가업상속 공제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독일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가업상속공제 실적이 저조한 만큼 엄격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동원 부연구위원은 “공제대상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보다 확대하는 것이 규모면에서 효과적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상속세는 중소·중견기업의 활성화와 대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기업 선순환을 위해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상속세 납부 방식에 있어서도 금전 이외의 재산으로 조세채무를 이행하는 ‘물납’ 항목에 상장유가증권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물납의 경우 채권, 비상장유가증권, 부동산 등으로 납부할 수 있는 대상과 순서까지 정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경영 2세가 주로 상장주식을 갖고 있어 물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결국 주식을 팔아서 내야 하는데 이 경우 일반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상장유가증권도 물납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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