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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사설] 평창올림픽 훼손하는 지도층 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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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일행이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들에게 막말을 하면서 ‘갑질’ 추태를 보였다고 한다. 이 회장이 며칠 전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선터를 방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들을 위해 예약된 좌석에 무단으로 앉음으로 해서 일어난 일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자리를 옮겨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이 과정에서 체육회 관계자가 오히려 “이 분이 누군지 아느냐, 머리를 좀 쓰라”며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우리가 개최국이고 IOC는 별거 아니다”라고 말했다고도 한다.

사태가 확대되자 이 회장이 공식 사과를 했지만 파장은 쉽게 수그러들 분위기가 아니다. 원칙에 따른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올림픽 개최국으로서의 위신과 체면을 훼손하는 발언들이 마구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설마 체육회 관계자들이 그런 발언을 했으리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개막식을 치렀고 대회 일정도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누구보다도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는 체육회 관계자들이 망발을 내지른 것이다.

오죽하면 자원봉사자들이 내부 통신망을 통해 이런 사실을 공개하기에 이르렀을까. 이 체육회장 일행의 추태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영국 선수위원에게 봉변 당한 우리 보안요원에게 직접 사과를 표명한 사례와도 극명히 대비된다. 더 나아가 IOC 윤리·준법위원회는 보안구역에 들어갔다가 이를 제지하는 보안요원에게 완력을 행사한 문제의 영국 IOC 선수위원을 경기장에서 추방 조치했다. 우리가 올림픽 개최국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체육회에 대해서도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선수들의 쾌거에 편승해 자기 얼굴을 알리려는 정치인들의 몰염치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피니시 하우스’ 구역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이 포착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경우가 그러하다. 우리 선수를 응원하는 순수한 뜻은 나무랄 게 없지만 세계적인 선수였던 김연아가 관중석에 앉아 응원하는 모습에 비해 ‘특혜 응원’이라고 할 만하다. 오는 6월의 지방선거를 겨냥해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과 2025년 동계 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까지 꺼낸 최문순 강원지사도 염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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