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일손봉사 참가자들이 충북 괴산군의 한 식품 공장에서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충북도가 ‘생산적 일손봉사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는 이 사업은 도시 유휴인력으로 농촌과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상생경제의 모델로 떠올랐다. 충북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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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군 이월면에서 화훼 농장을 운영하는 최상국(51)씨는 일손을 제 때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3년 전에는 값비싼 꽃 뿌리를 사놓고도 일손이 없어 그냥 폐기한 아픈 기억도 있다. 농촌에서는 고령화 등으로 일당 10만원을 준다고 해도 일꾼을 찾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하지만 최씨는 2016년부터 일손 걱정을 말끔히 덜었다. 언제든 신청만 하면 도시에서 찾아오는 반가운 일꾼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씨 농장의 구원 투수로 등장한 이들은 충북도가 일자리 사업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산적 일손봉사’ 참여자들이다.
생산적 일손봉사는 말 그대로 일자리에 봉사 개념을 접목한 시책이다. 도시의 유휴 인력을 일손이 절실한 농가나 업체에 연결해 인력난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참여자가 4시간 일하고 받는 2만원의 실비를 충북도와 시군이 절반씩 지원하기 때문에 농가나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전혀 없다. 농가나 업체는 인력을 보내달라는 요청만 하면 나머지는 도와 시군이 알아서 일손을 연결해준다.
최씨는 “지난해 가을엔 청주에서 20여명의 일손 봉사자들이 와 준 덕분에 해외수출 물량을 제 때 댈 수 있었다”며 “이젠 일손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를 일이 없다”고 말했다.
생산적 일손봉사 참여자들의 반응도 좋다. 제천지역 약초단지에서 일손봉사를 하고 있는 안정자(65)씨는 “일하면서 용돈도 벌고 농촌 일손까지 도우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고 흐뭇해했다. 보은군에서 부부봉사단의 일원으로 일손봉사에 참여중인 황선은(64)씨는 “75세 이하 도민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데다 봉사까지 한다는 생각에 도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고 했다.
2016년 7월 시작된 이 사업의 참가자는 갈수록 크게 늘고 있다. 시행 첫해 6개월 동안 3만 3,975명이던 참여자는 사업이 본격화한 지난해엔 9만 7,295명으로 늘었다. 도내 기관·사회 단체나 대학교 봉사단은 물론 은퇴자 모임 등의 동참이 줄을 잇고 있다. 도는 올해 사업 참여 인원을 12만 명으로 늘려 잡았다. 지원 예산은 지난해보다 5억 증가한 23억원으로 늘렸다.
생산적 일손봉사 사업은 참여자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2016년 청주의 유제품가공사 등 5개 업체가 일손봉사자 13명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다. 이어 단양군의 냉동식품 가공업체 8명, 증평군의 홍삼 제조업체 5명 등 지금까지 모두 43명이 일손봉사를 했던 기업체의 정규직으로 채용돼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이혜옥 도 생산적일자리팀장은 “여가형 일자리 사업인 생산적 일손봉사는 도시에선 여유 노동력이 있는데 농촌과 중소기업에선 일손이 부족한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라며 “실시간으로 인력 요청자와 일손봉사 참여자를 연결해주는 스마트시스템을 갖춰 전국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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