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탈 생활가전 1위 기업 코웨이에 2016년 위기가 닥쳤다. 얼음정수기에서 유해 중금속인 니켈이 검출돼 소비자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었다.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진 일명 '니켈 파동'으로 코웨이는 그해 영업이익이 30% 급락했고 주가도 52주 최저가인 8만600원까지 곤두박질친 후 지금껏 8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1989년 설립돼 2001년 코스피시장에 상장,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을 생산·판매하며 '환경생활가전' 대중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코웨이의 성장동력이 꺾인 것이다.
그런 코웨이가 제2의 도약을 꿈꾼다. 내수용으로만 여겨졌던 렌탈 비즈니스를 해외로 수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동남아시아로 사업을 확장하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과의 협업해 미국에도 진출, 해외에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코웨이가 내수 부진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아 주가 모멘텀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대 못미친 실적, 맥 못추는 주가=코웨이는 최근 매출 2조5168억원, 영업이익 4727억원, 당기순이익 3256억원의 2017년 경영실적(연결기준)을 발표했다. 전년 대비 각각 5.9%, 39.5%, 33.8% 성장한 수치다. 니켈 파동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27%, 29% 하락한 2016년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혹평이 지배적이다.
신규 렌탈 계정을 늘리는 것보다 해약률을 낮추는 데 집중한 까닭에 매출 성장률이 높지 않은 탓이다. 덕분에 코웨이의 지난해 4분기 렌탈 계정 해약률은 0.86%로 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웨이 주가는 최근 2년간 30% 가까운 등락 폭을 보였다. '니켈 파동' 악재가 불거졌을 땐 곤두박질쳤다가 다시금 견조한 성장성을 확인했을 때는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랬던 코웨이 주가는 지난 13일 장중 8만22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전날 발표된 2017년 실적이 부진해 주가 상승 동력이던 실적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탓이다.
◇목표주가 줄하향, 그나마 기댈 곳은 '배당주' 매력?=코웨이에 대한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해 실적이 발표된 직후, 증권사들은 코웨이 목표주가를 내려 잡았다.
미래에셋투자는 13만원에서 12만5000원으로, IBK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12만원에서 11만원으로, 하나금융투자는 12만원에서 10만원으로, 삼성증권은 11만원에서 10만5000원으로 각각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코웨이 목표주가의 이 같은 줄하향은 악재 반복 가능성, 경쟁심화로 인한 수익성 저하, 매각 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코웨이 주가는 지난해 7월 얼음정수기에서 또다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보도에 5% 이상 급락했다. 2016년 니켈 사태의 연장판이다. 코웨이의 발빠른 대처로 하락세가 이어지진 않았지만 주가가 이슈에 크게 요동치는 B2C(소비자거래 시장) 기업의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심화되는 국내 시장 경쟁도 코웨이 주가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후발업체들이 렌탈 시장에 우후죽순 뛰어들면서 평균 렌탈 단가가 떨어졌다. 2016년 니켈 파동으로 문제가 된 얼음정수기를 사용한 고객들에게 무료서비스를 제공해 평균 렌탈 가격이 낮아진 상황에서 후발업체들의 공세까지 겹쳐 코웨이는 지난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냈다.
양지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저가 후발주자들의 고속성장으로 코웨이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의류청정기 등 신규 사업을 통한 계정 확대와 얼음정수기 사태 이전 수준으로 가격회복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주가 상승 폭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코웨이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의류청정기 'FWSS'는 올 2분기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경쟁 제품인 LG전자 트롬스타일러가 월평균 1만대 이상 팔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FWSS도 소비자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코웨이가 그나마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는 '배당주'라는 점이다. 코웨이는 3.8%로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코웨이는 오는 28일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힐 계획인데, 주주 환원 정책을 지속하려는 경영진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불안정한 지배구조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코웨이의 최대주주인 만큼 매각 가능성이 상존, 대주주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주가에 부담이다.
코웨이는 2013년 MBK에 매각됐다. 코웨이 지분 27%를 소유한 코웨이홀딩스가 MBK 소유다. 2015년부터 코웨이 매각을 추진한 MBK는 니켈 파동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매각작업을 일시 중단했으나 올해 재개할 전망이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자금난에 봉착하며 애지중지 키워온 코웨이를 팔아야 했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를 다시 사들이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매각을 놓고 웅진과 코웨이 간 의견이 대립되지만 MBK 특징상 코웨이 매각은 언제든 열려있다"며 "양측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까지 불확실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아름 기자 pe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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