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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강레오의 한입] `고로쇠 장` 담그는 젊은 이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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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3년에서 2014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삼촌로망스'라는 프로그램 촬영차 농촌에 머물렀다. 어릴 적 농촌에서 자란 추억을 생각하며 촬영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촬영을 하면서 알게 된 인상적인 사람을 소개하려 한다. 2013년 겨울 지리산 피아골에서 만난 28세 여자 이장님이 그 주인공이다. 깊은 산속에서 콩을 삶아 찧어 메주를 만들고 그 메주를 띄워 간장과 된장을 만드는 모습이 무척 기특하고 멋졌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장을 만들 때 물을 전혀 넣지 않고 100% 고로쇠 수액을 받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참으로 기발했다. 그녀의 도전에 감동까지 받았다. 짧게 설명을 먼저 하자면 나무의 수액은 코코넛워터와 성질이 비슷하다. 물보다 작은 나노 입자 형태로 되어 있으며 자연당과 아미노산, 미네랄도 포함되어 있다. 하여 수액을 넣고 장을 담그면 숙성 속도가 빨라 햇장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묵은 듯한 감칠맛이 난다. 고로쇠 장은 자연 피아골과 인간이 만들어낸 걸작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조금 오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코끝 찡한 감동을 받았다. 이장님은 본인의 장에 대해 당당하고 멋지게 브리핑하곤 했다. 그녀의 눈은 피아골의 맑은 개울물처럼 반짝였다. 당당하고 멋진 모습에 우리 촬영팀 모두가 반해버렸다.

고로쇠 장 담그는 것을 '도전'이라고 표현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고로쇠 수액은 매년 1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채취한다. 아침에 일어나 서리가 많이 끼어 있는 날에는 고로쇠 물이 많이 나온다. 채취하는 과정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길도 없는 산을 타고 올라 고로쇠 나무를 찾는다. 수백 그루의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마다 작은 구멍을 내어 호스를 연결하고 물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지리산의 경우에는 고로쇠 물자리에 종종 반달곰들이 출몰하기 때문에 늘 위험이 따른다. 장을 담글 때 사용하는 콩 또한 청정한 지리산 주변에 있는 농가에서 들여온다. 주변 농민들과 상생하고자 하는 젊은 이장님의 모습에 무한한 박수를 보냈다.

고로쇠 수액은 칼슘이 풍부해 뼈의 밀도를 올려주고 골다공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이맘때가 되면 나는 늘 고로쇠 수액을 챙긴다. 수액을 마실 때마다 늦은 후회를 하기도 한다. 성장기 때 알고 마셨더라면 내 키가 지금보다는 더 크지 않았을까. 나는 많이 늦은 듯하니 대신 딸에게 열심히 먹여야겠다. 수액으로 담근 고로쇠 장에 봄나물도 실컷 무쳐 먹어야지.

[강레오 반얀트리 서울 식음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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