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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8거래일간 9000억 증발… 차이나쇼크 또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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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중국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 폭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중국 증시 낙폭이 유독 컸다. 중국 주가는 지난 8개월간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고, 국내에서 운용 중인 중국 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12일 이후 중국 증시가 하락 폭을 일부 만회하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 대(對)중국 투자를 크게 늘렸던 한국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또다시 '차이나 쇼크'가 찾아오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중국 증시, 미국·한국보다 낙폭 커

지난 9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6월 6일(3102.13)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3129.85를 기록했다.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달 3500선을 돌파했던 중국 증시는 이달 들어 9일까지 10.1% 폭락했다. 지난 6일(-3.35%)부터 9일(-4.05%)까지는 나흘 연속 급락했다. 홍콩 H지수도 12.2%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뉴욕 다우지수는 금리 급등 여파로 7.5% 하락했고, S&P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8.5% 떨어졌다. 한국 코스피는 7.9%, 대만 자취엔지수는 6.6% 빠졌다. 미국의 금리 급등 여파에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했지만, 그중에서도 중국 증시가 더 큰 폭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금융 및 부동산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증시가 급락해 중국 증시의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은 특히 그림자 금융(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중앙은행의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권)을 규제하기 위해 이들의 자금 차입 비율을 낮추고 대주주의 주식 담보 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등 각종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가 금융시장 위축과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국의 대형 은행주와 부동산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춘절 연휴로 중국 증시가 일주일 장기 휴장을 앞두고 있어 차익 실현을 위해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로

중국 주식 시장의 급락은 한국에 적잖은 타격을 준다.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해외 주식시장이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한시적으로 '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를 판매하면서 중국 펀드 투자자가 급증했다. 작년 하반기(7~12월) 국내 중국 펀드에 순유입된 투자금은 2926억원으로, 같은 기간 북미 지역 펀드 유입액 821억원의 3.5배였다. 중국 펀드 순자산은 북미나 유럽 펀드의 8~9배에 달한다.

중국 증시 하락 영향으로 중국 펀드 수익률도 급락했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 중인 중국 펀드 164개의 최근 1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4.04%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수익률이 16.1%에 달했는데, 최근 1달 새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중국 펀드에 유입됐던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 펀드 순자산은 지난 2일 9조8900억원 규모였으나,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14일 현재 8조9900억원으로 줄었다. 불과 8거래일 사이에 9000억원이 빠진 것이다. 중국 펀드 투자 원금이 반 토막 났던 2008년의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냈던 중국 증시에 뒤늦게 들어간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의견도

반면,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엔 별 이상이 없고 오히려 이번 조정(주가 하락)이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의 1월 수출·수입 증가율이 모두 예상치를 웃돌았고, 상하이와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당 순이익(12개월 예상)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주요 근거이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3월 양회에 따른 정책 기대감과 6월 중국 A주(내국인 전용주식)의 MSCI 신흥 시장 지수 편입 등을 보면 중기적으로는 악재보다 호재가 더 많다"고 말했다.

정경화 기자(hw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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