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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사설] 文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냉정한 현실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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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속도 조절을 내비쳤는데 여러모로 함축적이고 시의적절해 보인다. 평창올림픽 소식을 전하는 내외신 취재진을 격려하며 자연스럽게 꺼낸 얘기이지만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한반도 상황을 주시하는 세계를 향해 던진 메시지로는 어느 언급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할 생각이냐'는 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답변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이후 대북 특사로 누가 적격인지 거론하는 등 지나치게 앞서가는 관측에 냉정한 현실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김여정 특사를 통해 전한 방북 초청에 여건이 마련되면 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여건 조성은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문 대통령이 내외신 기자들에게 강조한 대목도 두 가지였다. 먼저 남북 단일팀과 공동입장, 공동응원 등 북한의 참가로 인해 그동안 고조됐던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점이다. 막혔던 남북 관계가 개선될 단초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어 미국과 북한 간에도 대화 필요 공감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남북 대화가 미국과 북한 간의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우리 내부와 국민 여론에서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하도록 토대를 쌓아야 한다는 것과 한미 간의 굳건한 신뢰 위에 남북 대화와 별도의 북·미 간 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을 문 대통령 스스로 확실하게 숙지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확인시켰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로 남북 관계에 물꼬가 터졌지만 대북 대응의 근본 기조를 갑자기 바꿀 수는 없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는 한 대북 압박과 제재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 북한이 핵보유국 위상을 놓지는 않으면서 외교적 고립과 경제 제재를 벗어나려고 남북 관계 개선 시늉을 하는 것뿐이라면 섣부른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성과를 일궈내기 어렵다. 비핵화는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일 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궁극적인 목표이니 반드시 관철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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