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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수정의 여행 미학]맛있는 '오후', 달콤한 '디저트' 굿 애프터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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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소소한 사치…애프터눈 티의 진화 딸기 고추장·막걸리 크림 에클레어 등 신선 독특한 아이디어 '눈길' 1인당 3만8000원 가성비가심비 '충족'

아주경제

파크하얏트 서울에서 판매되는 애프터눈 티. 딸기 폼을 올린 꿀 설기, 홈메이드 딸기 고추장을 곁들인 애호박전, 막걸리 크림 딸기 에클레어와 곁들인 한식 스타일의 창의적인 아이템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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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경기 불황에도 '디저트 시장'은 유독 호황이다. 식품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 특급호텔에서 판매하는 다소 값비싼 디저트 뷔페, 특히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는 2030 젊은 여성층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나른하기만 했던 직장인의 오후를 달콤하게 변화시켰다.

본래 애프터눈 티는 영국 귀족 문화의 일부였다. 베드포드 공작부인 안나 마리아가 귀족 부인들을 초대해 갓 구워낸 스콘과 마카롱, 쿠키 등을 화려한 3단 트레이(3단으로 구성한 도자기)에 담아 차와 함께 테이블에 내었고, 삼삼오오 모인 부인들은 이를 함께 맛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던 데서 애프터눈 티의 역사는 시작됐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영국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애프터눈 티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것일까.

호텔리어 권예리 씨는 "최근 2030 젊은 층은 계속되는 불황, 팍팍한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래서 잠시라도 힘겨운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고 싶어하지만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소득 대비 과도한 지출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찾아낸, '소소한 사치'의 종착역이 바로 디저트였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지출하고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는 1~2시간에서 오는 만족감은 삶에 활기를 더한다.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우아하게 자리 잡고 앉아 트레이에 담긴 다과, 향긋한 차(또는 커피)를 맛보는 애프터눈 티는 여느 디저트 뷔페가 주는 번거로움이나 분주함을 꺼리는 이들이 선호한다.

그 덕에 애프터눈 티는 비단 호텔뿐 아니라 웬만한 카페에서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우리에게 꽤 익숙해졌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곧 익숙함으로 변한다. 고객의 입맛은 날로 다양해지고 더 새로운 것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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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하얏트 서울의 애프터눈 티. 현재 디저트 재료의 주인공인 '딸기'를 기본으로 했다. 맨 앞줄에는 막걸리 크림을 넣어 만든 딸기 에클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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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급호텔이 해마다 다양하면서도 새로운 애프터눈 티를 개발해 선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저마다 색다른 애프터눈 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호텔에서 판매되는 애프터눈 티 중 좀더 눈길을 끄는 곳은 파크하얏트 서울이다.

현재 디저트 열풍의 주인공인 딸기를 전면에 세우되 여기에 한국적인 식재료를 결합하며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애프터눈 티를 내놓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딸기 고추장'과 '막걸리 크림 에클레어', '애호박전'이 애프터눈 티에 등장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신선하다.

이곳에서 만들어낸 딸기 고추장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딸기 고추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직접 담근 고추장에 꿀에 절인 딸기를 섞은 후 에스푸마 기법(espuma, 거품)을 통해 마치 딸기 생크림같은 형태로 만들어내 어색함을 줄였다.

고추장의 뒷맛에서 느껴지는 텁텁함은 없고 부드러움만 혀끝에 감긴다.

호텔에서는 작은 애호박 전을 부드러운 딸기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을 권한다.

향긋한 딸기 향이 애호박 전의 고소한 맛을 지긋이 감싸더니 이내 살짝 매콤한 고추장의 끝맛이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매우 맛있어서 번개처럼 먹는다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에클레어'도 막걸리와 만나니 더 상큼해졌다. 막걸리의 풍미가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에 녹아들어 풍미를 살린다.

파크하얏트 서울 조리부 김희중 셰프(대리)는 "애프터눈 티라는 것이 점심과 저녁 사이에 오는 공복감을 달래기 위해 마련된 오후 차 문화인 만큼 한국적인 식재료를 결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며 "여러 가지 식재료로 다양하게 시도를 해봤는데 애호박전과 딸기 고추장의 궁합이 꽤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디저트가 담기는 트레이 역시 이번 프로모션을 위해 특별 제작됐다.

3단 도자기 트레이는 이재원 도예가가 강남 도심의 빌딩 숲에서 받은 영감을 사각분청과 한옥문살 등의 한국 전통의 무늬를 활용해 디자인했다. 햇살 좋은 날, 햇살의 비친 트레이의 그림자까지도 한국적으로 잘 살려 오후 티 타임의 운치를 더한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애프터눈 티는 24층에 위치한 ‘더 라운지(The Lounge)’에서 판매된다.

1인당 3만8000원(2인부터 주문 가능)에 판매되는 이 애프터눈 티는 세작, 죽로 등의 프리미엄 녹차를 비롯한 잭살, 헛개나무, 오미자 등의 차 또는 커피와 즐길 수 있으며 1인당 1만8000원 추가 시에는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샴페인 1잔이 제공된다.

1인당 4만원 가까운 가격이지만 다른 호텔에서 선보이는 디저트 뷔페가 일반 뷔페 레스토랑과 맞먹는 7만원에 육박하는 것을 볼 때 이곳 애프터눈 티의 가성비는 높은 편이다.

김희중 셰프는 그는 "호텔 디저트나 애프터눈 티는 그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가성비와 가심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더 새롭고 신선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며 "작년 12월부터 이미 올해 여름 판매할 빙수 개발에 돌입했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날이 느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기수정 기자 violet1701@ajunews.com

기수정 violet170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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