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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Oh!쎈 초점] '여배우 손찌검' 반성한 김기덕, 결국엔 '해석 차이'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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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김보라 기자] 김기덕 감독과 그로부터 영화 촬영 도중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배우 A씨 사이에는 건널 수 없이 넓은 강이 놓여있음을 확인했다.

김 감독은 한 작품을 진두지휘하며 의도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도 여배우와의 해석차이라고 결론지었다. 반면 A씨는 인지도 없는 배우로서 감독에게 차별적 언행을 당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미 법원의 판결이 난 사건이지만 감독과 배우 사이 관점의 격차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사건이기도 하다.

폭행 사건과 관련해 국내 언론에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김 감독은 23번째 장편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이 제68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스페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받자 지난 15일 독일 베를린으로 향했다. 김 감독과 주연배우 이성재, 일본 출신 배우 후지이 미나도 영화제에 동행했다.

김기덕 감독은 17일(현지시간) 베를린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기자회견에서 해외 기자들로부터 ‘여배우 폭행’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감독이 연루된 사건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논란 이후 첫 공식석상이었기에 그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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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영화 ‘뫼비우스’(2013) 촬영 당시 엄마 역할로 캐스팅됐던 A씨에게 촬영장에서 감정이입에 필요하다며 뺨을 세 차례 때린 폭행 혐의를 받았다. A씨는 김 감독이 대본에 없던 베드신 및 상대 남자배우의 성기를 잡는 장면을 추가적으로 요구해 영화 출연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29(판사 박진숙)는 A씨를 폭행한 혐의로 약식 기소된 김 감독에게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결정했다. 김 감독은 검찰 조사에서 A씨의 뺨을 두 차례 때린 사실을 인정했지만 연기를 위해 감정 이입을 도우려는 취지였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베드신 강요와 관련해 강제추행 치상 및 명예훼손의 혐의도 주장했으나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김 감독은 “제 영화가 폭력적이라도 제 삶은 그렇지 않다. 영화와 비교해 제 인격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제가 영화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는 안전과 존중”이라며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와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다. 영화가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배우와 말단 스태프를 인격적으로 모독하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법정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고 대답했다. 당시 우리는 해당 장면을 찍기 위해 많은 스태프 앞에서 리허설을 했다. 그때 나의 스태프들은 부적절하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었는데 그 배우만 다르게 해석한 것 같다”며 “법원 판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내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판결은 영화 산업을 변화시키는 과정의 일부다. 폭행 사건이 벌어진 것이 굉장히 유감스럽지만 영화계 전반으로 확대해석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일은 제 개인적 사건으로 이해하고 반성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Me Too(미투) 캠페인’으로 인해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기덕 감독의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 것은 다행이다. 물론 김 감독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인정한다. 영화계는 물론 방송가, 검찰 등 조직 문화를 바꾸고 엄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른다./purpli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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