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3조원으로 한국지엠 회생? "턱없이 부족"…"미래차 개발·생산권 확보해야"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신차 배정물량 받아도 3~4년 연명에 불과할 것

GM내 자율주행·친환경차 주요역할 맡아야

뉴스1

한국지엠 군산공장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8일 전북 군산시 한국지엠 군산공장 출고지에서 직원들이 차량 검수를 하고 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이날부터 4월 중순까지 두 달여 간 생산가동조절(TPS, Temporary Shut Down) 등의 이유로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2018.2.8/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박기락 기자 = 정부가 미국 GM으로부터 한국지엠 경영정상화를 위한 3조원 유상증자 참여 요청을 시인했다. 그러나 단순 자금 수혈만으로는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GM은 군산 공장에 연간 30만대가량을 추가 수출할 수 있는 신차 물량을 한국에 배정하는 것을 조건으로 산은에 유상증자 참여를 요청했다. 그러나 단순 생산·수출기지 역할만으로는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 환경에서 한국지엠이 3~4년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이 때문에 산은이 한국지엠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신차 물량 배정'이 아닌 자율주행 및 친환경차 등 미래차 개발과 생산을 조건으로 내걸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GM이 기존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면서까지 미래차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한국지엠의 존재 당위성을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 3조원 투입해도 겨우 부채 해소만 "땜질 불과"

11일 기획재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GM이 추진하고 있는 유상증자 규모는 3조원 정도로 파악된다.

한국지엠 지분 76.96%를 보유한 GM과 6.02%를 가진 중국 상하이차가 2조5000억원을 지원하고 17.02%를 보유한 산업은행은 지분율대로 5000억원가량을 투입하는 식이다.

현 정부의 중점 경제정책 과제는 고용과 일자리 안정이다. 한국지엠은 부평공장에 1만여명, 군산공장에 2000여명, 창원공장에 2000여명, 보령 미션 공장에 6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지엠에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수도 100곳이 넘는다. 이를 감안한 연관 일자리는 30만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산업은행 입장에서 GM본사가 군산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를 먼저 제안하면 유상증자 참여요청을 단칼에 거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문제는 단순 자금수혈만으로는 한국지엠 경영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4년간 누적적자만 2조5000억원 이상이 쌓인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GM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조건대로라면 유상증자시 2조5000억원은 자본잠식을 해소에, 5000억원 정도는 연간 30만대 수출 물량의 신차 출시를 위한 생산라인 정비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신차 개발에 투입할 여력이 없는 셈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GM이 중국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생산 공장을 폐쇄하면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시장이 남아있기는 하다"며 "이곳에 한국지엠이 신차 물량을 수출하면 되겠지만 그것도 몇 년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먹튀 경계…신차배정보다는 미래차 개발·생산권 요구해야 '회생' 가능

앞서 GM이 호주에서 철수한 사례도 눈여겨봐야 한다. GM은 호주 정부로부터 2001년부터 2012년까지 1조700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으면서 호주 공장을 운영했지만 2013년 지원금이 끊기자 곧바로 철수를 결정했다. 지원금 없이는 자체적인 경쟁력이 없는 호주 공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한국지엠의 신차 개발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GM에 배정받은 물량의 신차효과가 반감되는 3~4년 후에는 결과적으로 다시 GM 철수설이 불거질 우려가 있다. 이 때 GM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산업은행에 공적자금 투입을 재요청할 가능성도 높다. 공적자금 투입이 멈추면 호주에서의 GM 철수사례가 우리나라에서 재현될 수 있다.

이는 공적자금 투입 전 GM으로부터 자율주행 및 친환경차 등 미래차 개발 및 생산권을 군산공장 등에 부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야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배경이다.

최근 GM은 자율주행관련 AI업체인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10억달러에 인수하고 카셰어링 업체 리프트에 5억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생산 효율이 낮다고 판단되는 지역의 공장을 과감하게 폐쇄하면서 미래차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 GM의 글로벌 정책이다.

GM의 글로벌 정책에 따라 한국지엠이 미래차 부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산·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한국지엠의 독자생존을 위한 조건"이라며 "이와 함께 현재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지목된 군산공장 등 생산 시설에 대한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연명이 아닌 회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kirocke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