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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시간은 금호타이어 편 아니다"…운명의 2월 맞은 금타, P플랜이냐 매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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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구채은 기자] 금호타이어가 '운명의 2월'을 맞았다. 채권단이 요구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에 노사가 합의하느냐에 따라 재매각 추진이냐,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프리패키지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8일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독자 생존해야 P플랜으로 가지 않고 살 수 있다"며 "노조가 자구안 마련을 거부하고 버틴다면 법정관리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채권단이 상환을 유예해주고 이자를 깎아주면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느냐"며 "시간은 금호타이어의 편이 아니란 사실을 노조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달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외부 자본 유치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사측에 1조3000억원의 차입금 만기 1년 연장과 이자율 인하를 제시했다. 그 조건으로 오는 26일까지 노사가 자구안 마련에 합의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금호타이어 사측은 노조에 경영개선 절차 기간 중 임금 동결, 임금 체계 개선과 조정, 복리후생 항목 조정 등을 골자로 한 자구안을 제시했다. 만약 노조가 자구안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차입금 만기 연장 효력은 사라지고 금호타이어는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금호타이어의 영업 경쟁력은 현재 크게 떨어져 있다. 중국 공장을 비롯해 인건비 등 고정비가 매우 크고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도 한국타이어나 넥센타이어와 견줘 높다. 그 동안 시설투자를 하지 않아 원가 경쟁력도 크게 악화됐다.

타이어 업황까지 부진하다. 지난해 국산 타이어 시장은 내수 위축과 수출 부진으로 전체 판매량 9313만개를 기록해 지난 2009년(8897만개) 이후 최저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실적도 좋을리 없다. 금호타이어는 2017년 매출 2조9000억원, 영업손실 19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적자전환이다.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새 주인을 찾아 책임경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타이어 산업은 장치산업이자 기술집약적 산업인 만큼 특히나 발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가 중요하다.

현재 금호타이어 인수 후보군으로는 SK그룹과 중국 더블스타 등이 거론된다. 자구안 마련은 매각 논의를 진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금호타이어의 영업 경쟁력이 워낙 낮은 데다 강성 노조가 막판까지 발목을 잡는다면 인수 후보들도 금호타이어에 회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무분규 56년, 넥센타이어는 무분규 26년으로 협력적 노사관계를 이어왔지만 금호타이어는 2011년 이후 매년 반복되는 노사 갈등과 파업으로 위기를 키워왔다.

결국 설 연휴 전후로 금호타이어 노조가 어떻게든 자구안 합의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데드라인인 26일까지는 2주 가량 남았다. 노조가 끝까지 합의를 거부할 경우 P플랜이 가동되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노조가 현재의 심각한 위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버틸 경우 매각 추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끝내 매각 논의가 무산되고 금호타이어 노사 모두 공멸하는 길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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