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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서울대생이 만든 '몰카 탐지기', 화장실서 써보니...'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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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급증에 대학가 중심 자발적 예방 움직임…탐지기 만들고, 학내 정기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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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프로젝트팀 '불편한 사람들'의 김기태씨(25)가 직접 개발한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이용해 서울대 캠퍼스 내에서 몰카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이예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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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화장실 벽을 비추니 보라색 점이 나타난다. 숨어있던 '몰래카메라'(몰카·불법촬영장비) 렌즈다. 비록 시연이었지만 아찔했다.

휴대폰에 연결된 가로 5㎝, 세로 3㎝ 탐지기에서 나온 빛이 몰카의 렌즈에 반사되는 방식이다. 탐지기의 적외선이 휴대폰의 손전등 조명을 타고 퍼져 나가는 원리다. 탐지기를 이용하면 최대 60㎝까지 떨어진 곳에 숨겨진 몰카를 발견할 수 있다.

휴대가 손쉬운 이 몰카 탐지기 개발자는 서울대 프로젝트팀 '불편한 사람들'이다. 재료공학부에 재학 중인 김기태씨(25)와 컴퓨터공학부 유가온씨(23)를 중심으로 서너 명의 팀원이 활동하고 있다. 승무원인 김씨의 누나를 비롯해 주변 여성들이 카페 등 공공장소의 화장실 이용을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고 개발에 착수했다.

실제 불법촬영 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 발생 건수는 2012년 2400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증가했다. 피해자가 남성인 관련 범죄도 53건에서 160건으로 늘었다.

스마트폰 확산과 기술 발달 등으로 몰카를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를 단속할 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경찰은 지난해야 처음으로 전국 일선 경찰서에 몰카 탐지기를 보급하기 시작해 현재 186대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상시 탐지가 어려워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김씨는 "문제는 심각한데 시중에 나와 있는 대응책은 별로였다"며 "몰카 탐지기 가격도 괜찮은 것은 30만~40만원 선이라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팀은 시중에 나와 있는 탐지기 가격의 10분의 1로 제품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저렴하고 휴대가 간편한, 그래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시제품으로 서울대와 고려대 학내에서 몰카 탐지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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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 강나희씨(23)는 "인터넷에 여자의 치마 속 사진 같은 일반인 대상 불법촬영 사진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며 "공공장소에 있는 화장실은 긴장하고 들어가 예민하게 살펴본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씨(25)도 "언젠가 화장실에서 '지금 이곳이 안전할 거로 생각하나'고 적힌 스티커를 보고 섬뜩해진 적이 있다"며 "몰카 범죄는 언제나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과 지자체 등의 불법촬영 예방 활동이 역부족인 가운데 대학가를 중심으로 직접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중이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지난해부터 몰카 탐지기를 하루 동안 무료로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도 지난해 매주 한 차례씩 교내 여자 화장실을 돌며 몰카를 탐지했다. 불법촬영 경로로 이용될 수 있는 구멍은 스티커로 막았다. 이화여대와 건국대·한양대·세종대·고려대에서도 지난해 교내 몰카 설치 여부를 총학생회 혹은 단과대 학생회 차원에서 점검했다.

전문가도 효율적인 탐지기 보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타인의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한다는 것 자체가 윤리적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윤리 의식의 강화가 필요하다"며 "몰카 기술의 발달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비를 구축한다면 이 역시 몰카 범죄 감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 이예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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