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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르포]“밥그릇 챙기기” “누가 밀어줬는디” 安·劉 통합에 호남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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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광주 양동시장 등 바닥민심 알아보니

"선거앞두고 이합집산"..돌아선 호남 민심

"안철수 새정치가 뭐냐..지지하지 않을 것"

일부에선 "통합 과정 지켜보자" 의견도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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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우리가 을매나 밀어줬는디. 걔는 고로코롬 당을 바치느냐” “솔직히 둘이 밥그릇때문에 그러는거 아녀. 우리가 모르는줄 아능가”

23일 오후 3시 광주 양동시장 내부에는 히터가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한 낮에도 영하 4도를 밑도는 강추위에 손님은 커녕 행인들조차 발길이 끊겼다. 상인들만 전기매트를 깔고 담요로 몸을 싸맨 채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이 곳에서 35년 간 양말점포를 운영해 온 양모 씨(65)는 국민·바른정당 통합을 두고 “선거 앞두고 뭐좀 얻어보려는 것이 아니냐”며 “우리가 한 두번 속느냐. 빤히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금이라도 표를 얻으려는 정치공학적인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국민·바른정당 통합나서..“安 남은 지지마저 잃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합당을 공식 선언하고 본격적인 ‘통합 행보’에 돌입했다. 이날도 시장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실시하고 신당의 비전을 밝혔다. “영호남의 만남”, “지방 경제를 살린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핵심 기반인 광주에서 확인한 바닥 민심은 싸늘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양 당의 통합을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으로 깎아내렸다. 물론 “결과물(신당)을 기다려보자”며 판단을 유보하는 의견도 나왔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양 당의 통합을 두고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양 씨는 “지들 밥그릇 챙길라구 그러는거 아니겠느냐”며 “원체 다른 사람들끼리 합쳤으니 곧 갈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통합 과정에 대해서도 “전라도서 당을 만들어놓고선 저 사람들(바른정당)과 합친다는 것이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거부감을 나타냈다.

비판의 저변에는 안 대표에 대한 실망감이 깔려있었다. 지난 총선·대선에서 꾸준한 지지를 보내줬음에도 정치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제보조작 사건으로 잃은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바른정당과의 통합에만 몰두하는 것 역시 ‘독선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양동시장에서 옷 수선가게를 운영하는 박 모씨(60)도 “새정치, 새정치하면서 보여준 것이 도대체 뭐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광주 사람들이 지난 총선부터 안철수를 얼마나 밀어줬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지난 2016년 총선·작년 대선에서 모두 안 대표를 지지했지만 “이젠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30년 넘게 광주 서구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해 온 박모 씨(60)는 “안철수는 이번 통합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지지마저 잃었다”고 잘라 말했다. “호남 사람들 100명 중에 안철수를 찍을 사람은 8명도 될런 지 모르겠다”며 “안철수는 완전 가부렀제”라고 일침했다.

◇ “유승민, 똑똑한데 우리랑 달라”..“지켜보자” 유보도

유승민 대표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었다. 작년 대선 TV토론에서 비춰진 이미지 덕에 ‘사람 자체는 유능해보인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보수 색채가 강한 대구에 기반을 둔데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아직 우리와 다르다”는 거부감이 남아있었다.

시장에서 한복주단집을 운영하는 60대 한 모씨도 “호남 사람들도 이제 지역만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진 않는다”면서도 “유승민이가 사람은 똑똑하지 않은가. 그래도 노선이 틀린 데 우짠데”라고 여전히 거리감을 뒀다. 또 다른 택시기사 양 모씨는 “우리랑 코드가 안 맞지 않응가”라고 답했다.

물론 양당의 결합이 아직 진행되는 만큼 더 두고봐야 한다는 유보 의견도 있었다. 신당이 본격적으로 출범한 것이 아니니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양동시장에서 남성용 모자를 판매해 온 70대 상인은 “뭔가 해보자는 것은 좋은 취지가 아니냐”며 “안철수·유승민 모두 개개인으로 봐선 훌륭한 사람들이다. 일단 통합 과정을 더 지켜볼까 한다”고 판단을 보류했다. 광주 송정역에서 만난 20대 대학생도 “(선거를 앞두고 합치는 것 자체가)마음에 썩 들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당제 필요성 측면에서 두고볼 필요가 있다고는 본다”고 했다.

한편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이날 함께 호남을 찾았다. 통합을 선언한 뒤 첫 합동 ‘지방투어’로 국민의당의 핵심 기반인 호남을 찾아 민심을 다독였다. 유 대표는 통합이 ‘이합집산’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당장 신당에 신뢰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면 호남 시민들도 마음을 열어주실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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