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조사위원회가 밝혀낸 내용만으로도 범죄 혐의는 차고 넘친다. 법원행정처 차장이 행정처 판사들에게 직무범위 밖의 일을 시킨 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조사 대상 컴퓨터에서 파일 300여개를 삭제한 행위는 증거인멸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일선 판사들은 지금까지 강제수사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헌법에 규정된 삼권분립 원칙과 법관의 독립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추가조사위 결과가 발표된 이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특단의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법관을 사찰하고 특정 사건 재판에 개입하려 한 것은 가벌성을 따지기 이전에 민주주의 뿌리를 훼손한 중대 사태이기 때문이다. 향후 전국 법관대표회의 등을 통해 구체적인 의견수렴이 이뤄지리라 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3일 추가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와 관련해 “일이 엄중하다는 것은 제가 잘 알고 있다. 자료들도 잘 살펴보고 여러 사람들 의견을 들은 다음 신중하게 입장을 정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장의 고심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무슨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잘못된 과거가 있었다면 온전히 털어내야 한다. 그럴 때만 법원이 새롭게 다시 출발할 수 있다.
사법부에 대한 강제수사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음은 모두가 안다. 그러나 법원이라고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김 대법원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임 전 차장 등 법관 사찰 관련자들을 수사의뢰해야 한다. 단순히 실추된 판사들의 명예를 되찾기 위함이 아니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민주국가의 중요한 기둥임을 확인하는 조치다. 김 대법원장은 시민의 분노가 임계치를 향해 치닫고 있음을 인식하기 바란다.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 [인기 무료만화 보기]
▶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