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 60대, 따뜻하게 대해준 집주인에게 돈 남기고 숨져

부산의 한 60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평소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집주인 노부부에게 수백만 원의 돈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23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낮 12시쯤 부산 사상구의 한 주택에서 ㄱ씨(65)가 농약을 마시고 숨져있는 것을 집주인 ㄴ씨(70)가 발견했다.

ㄱ씨 방안에서는 유서와 함께 670만 원 가량의 돈다발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집주인인 ㄴ씨 부부를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지칭하며 “제 몫까지 오래 사세요. 저는 저승으로 갑니다. 돈 놓고 가니 잘 쓰세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ㄱ씨는 30년 전 이혼 한 뒤 가족과 연락을 끊고 혼자 살아왔다. 10년 전부터 이 집에 세 들어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지난 몇 년간 일자리가 끊기자 집에서 주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ㄴ씨 부부는 ㄱ씨의 딱한 처지를 알고는 평소 음식을 챙겨주거나 건강을 염려하는 말을 자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ㄱ씨 방에 외부침입흔적이나 외상 등이 없고, 유서 등이 발견된 점등을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수사하고 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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