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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갈수록 심화되는 재벌 전횡,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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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국내 30대 그룹 오너 일가 89명 가운데 51명이 2개 이상 회사에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고 밝혔다. 경영활동에 참가하는 오너 일가 가운데 절반 이상(57.3%)이고, 5개 이상의 임원 직함을 보유한 경우도 17명이나 됐다. 특히 김흥국 하림 회장은 하림홀딩스를 비롯해 12개 회사에 등기임원으로 올라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은 각각 9개와 8개 회사의 등기임원이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상 효성 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상무 등은 6개 회사 등기임원이었다.

물론 그룹의 오너나 가족이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비난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하는 행위는 오히려 책임경영에 반하는 일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한 사람이 여러 회사를 효과적으로 경영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러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하는 것은 이름만 걸어놓고 회사를 주무르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그간 재벌 오너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들이 추진돼왔지만 효과는 별로였다. 예컨대 사외이사제의 경우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 최근 1년간 그룹 상장사 169곳의 이사회 안건 4300여건 가운데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통과되지 않은 것은 17건에 불과했다. 또 소액주주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도입된 집중투표제는 유명무실하다. 상장회사 169곳 중 명시적으로나마 이를 도입한 곳은 4.1%에 불과하며, 도입한 곳도 실제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1일 시가총액 상위 51곳의 ‘2016년 사업보고서 기재실태’를 점검해 발표한 데 따르면 상장법인 10곳 가운데 8곳의 경영진단 및 분석의견이 부실했다. 재벌 오너가 뒤에서 지켜보는데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가 등기임원으로 있다면 비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제 정책 수단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는 제도이지만 지금껏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사실상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재벌 전횡은 심화되고 기업 건전성은 악화돼왔다.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정부는 하루빨리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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