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아프리카 출신 난민 등 국경 봉쇄 피해 산길 넘다 동사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난민 유입을 막으려고 국경 경비를 강화한 이후 극심한 추위와 배고픔을 무릅쓰고 알프스 산맥을 넘다 동사(凍死)한 난민 상당수가 눈 속에 파묻혀 있을 수 있다는 증언이 제기됐다.
난민들이 이용하는 프랑스 남동부 한 지역 [EPA=연합뉴스] |
이탈리아 쪽 알프스 산악 안내인들은 올 봄 눈이 녹으면 죽음을 각오하고 이탈리아를 건너 프랑스 땅으로 숨어 들어가려다 목숨을 잃은 난민들의 시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CNN방송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최근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국경 봉쇄를 강화하면서 10대를 포함한 난민들이 해안 루트를 포기하고 남(南)알프스를 따라 위험하기 짝이 없는 2㎞의 산길을 걸어 국경을 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 산길은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스키 애호가들이 겨울 휴가를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매주 70명에 달하는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이 산길을 따라 '콜드레쉘'(Col de l'Echelle) 고개를 넘는다.
이들은 이미 리비아를 떠나 지중해를 건너왔다.
산악 안내원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난민이 알프스 산맥을 넘다 숨졌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산악 안내인은 "봄이 되면 눈 밑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시신이 있다면 우리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 구조원 시몬느 바비오는 올 겨울 스키 애호가들을 구조하기보다는 난민들 구조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들이 방한복도 제대로 입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추위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알프스는 겨울철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진다.
바비오는 어느 날 밤 신발도 신지 않고 동상에 걸린 채 구조를 기다리던 한 남성을 만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난민들은 방한 장구도 없고 겨울 산을 넘은 경험도 없어 구조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남동부의 한 난민보호시설에서 식사 중인 난민. [EPA=연합뉴스] |
아프리카 서북부 말리 출신 28세 마마두 바는 18개월 전 알프스 산을 운좋게 넘었지만 그 때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산꼭대기에 섰을 때 그와 기니 출신 난민은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밤새 살려달라고 외쳤으나 허사였다.
사투 끝에 바는 가까스로 구덩이에서 탈출했고 이어 기니 출신 난민은 한 시간 뒤 구조됐으나 동상으로 두 손을 절단해야만 했다.
역시 심한 동상에 걸린 바도 프랑스로 가서 9차례 수술을 받은 끝에 두 발을 잃고 말았다.
축구를 좋아하고 힙합 댄스를 즐겼다는 그는 일자리를 찾아 새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했다.
그러면서 알프스를 넘으려는 난민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돌아서 가라."
바는 "아프리카 출신들은 눈을 본 적이 없으며 눈이 뭔지 모른다"며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눈은 위험한 것이라고 말하면 그들은 눈이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데 거짓말하지 말라고 맞받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원 바비오는 언젠가 서아프리카 출신 10대들을 만나 산길을 따라 넘지 말라고 설득한 바 있다.
그 중 한 명은 인종 차별과 적대감 탓에 한 곳에 정착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고국을 떠나 난민 생활을 하면서 이 나라 저 나라를 옮겨 다녔고 이탈리아는 8번째 나라였다는 것.
그리고 이번이 콜드레쉘 산을 두 번째로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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