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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연합시론] 규제 발표 직전 가상화폐 팔아치운 금감원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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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직원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정부 대책 발표 직전에 모두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감원 직원이 투자했던 가상화폐를 정부 대책 발표 직전에 전량 매도했다는 첩보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최흥식 금감원장은 "그런 사실을 통보받아 조사 중"이라고 답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직원은 국무조정실로 파견돼 가상화폐 대책 자료를 준비하는 부서에 근무 중이다. 국조실은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을 총괄하는 곳이다. 이 직원은 지난해 7월부터 1천300여만 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지난해 12월 11일 매도해 700여만 원의 이익을 거뒀다고 한다. 국조실은 이틀 뒤 미성년자의 가상화폐 거래 금지, 투자수익 과세 검토 등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에 대처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을 때 한쪽에선 준공무원의 내부자 거래가 있었던 셈이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나 도박과 비슷해 '대단히 위험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쉽게 큰돈을 벌려는 욕심으로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부작용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큰 논란을 빚은 '거래소 폐쇄' 검토 방침도 그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17일 오전에는 가상화폐 시장의 악재가 반영되면서 국내외 가상화폐 가격이 동반 급락했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간판급 가상화폐 가격이 전날보다 40% 이상 빠졌다. 물론 투자 손실은 자기 책임이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에 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상실감은 컸을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사실상 공무원이나 마찬가지인 금감원 직원이 직무상 얻은 정보를 갖고 가상화폐를 거래했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 금감원 직원의 부당거래가 드러난 지난해 12월의 가상화폐 대책은 공식 발표 전에 외부로 흘러나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일 오전 차관회의에서 확정하고 오후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2시간 30분 앞서 가상화폐 온라인 커뮤니티에 보도자료 초안 사진이 게시됐다. 추후 관세청 공무원의 실수였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에는 여지없이 금이 갔다. 여기에다 금감원 직원의 내부자 거래까지 터졌으니 설상가상이다. 더구나 '금융 검찰'로 불리는 금감원은 건전한 신용 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를 확립하고, 예금자와 투자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그렇게 보면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 아닐 수 없다. 금감원장이 국회에서 약속했으니 끝까지 철저히 조사해 조치 결과까지 국민 앞에 밝히기 바란다. 팔이 안으로 굽는 식으로 시간이 흐른 뒤 유야무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채용비리 사건이 터졌고, 금융회사에서 거액을 빌린 직원이 중징계를 받는 일도 있었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강도 높은 조직쇄신 조치가 필요한 것 같다. 아울러 가상화폐 시장 주변에서는 그런 일이 과연 금감원에서만 있었겠느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당연히 제기될 만한 의혹이다. 정부가 신속히 조사해 답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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