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GS·KT에 5억대 뇌물성 후원 받아
기재부에 20억 e스포츠협회 예산 요구하면서 "10원도 빼지 말라"
전병헌 전 정무수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방현덕 기자 =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권 고위 관계자 출신이 부패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18일 전 전 수석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형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 시절 롯데홈쇼핑, GS홈쇼핑, KT에 요구해 각각 3억원, 1억5천만원, 1억원 등 총 5억5천만원을 e스포츠협회에 기부하거나 후원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롯데홈쇼핑 방송 재승인에 관한 문제 제기를 중단해달라거나 GS홈쇼핑 대표를 국회 국정감사 증인에서 빼달라는 등 의정 활동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으면서 각 업체에 e스포츠협회 후원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롯데홈쇼핑으로부터 500만원 어치의 은행 기프트카드를 직접 받고, 가족과 본인이 롯데그룹 계열 제주도 리조트에서 680만원 짜리 공짜 숙박과 식사를 제공받은 혐의도 있다.
아울러 전 전 수석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작년 7월 28일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 고위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e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PC방 지원 사업에 20억원의 신규 예산을 지원하라고 요구한 혐의(직권남용)도 받는다.
기획재정부는 "지시한 예산에서 10원도 빼지 말라"는 전 전 수석의 요구를 받고 예산안에 20억원의 예산을 실제로 편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착수를 계기로 논란이 일자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해당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이 밖에도 전 전 수석은 2014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때 e스포츠 방송 업체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천만원을 받고, e스포츠협회 예산 1억5천만원을 의원실 직원 급여나 개인 해외 출장비 등에 유용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권한을 남용해 기업을 압박한 후 협회 후원을 요구하거나, 정무수석으로서 기획재정부에 협회 예산 편성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범죄의 중대성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판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 전 수석은 검찰 수사 과정 내내 대기업 후원 요청 등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향후 재판에서 검찰 측과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작년 11∼12월 전 전 수석에게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범행이 의심되기는 하지만 다툴 여지도 있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이날 롯데홈쇼핑 강현구 전 대표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GS홈쇼핑과 KT 임원은 전 전 수석 측이 적극적으로 금전 제공을 요구한 가운데 소극적으로 응한 면이 있다고 판단해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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