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용 자산 담보로 투기자금 마련…당첨 분양권 무더기 단기매매
국세청,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사례 공개
이들은 정부 규제에도 강남 집값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강남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를 부부 공동명의로 사기로 했다.
부부가 모두 돈을 벌고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살 수 있을 만큼 소득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아파트 매매 자금은 A 씨의 어머니가 충당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어머니로부터 현금을 받아 아파트 매매대금을 냈지만, 증여세 신고는 하지 않았다.
그의 장인과 장모도 부부 명의의 주택 청약저축과 재형저축을 대신 내주고 있었지만, 이 역시 증여세 납부를 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이들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여 수억 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장모 청약대납, 시모는 현금…한 30대의 '강남 내집' 마련기 |
18일 국세청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중 상당수가 바로 부모로부터 매매 자금을 받았지만, 증여세 등을 내지 않은 사례들이다.
서울에 사는 B 씨(41)는 10억 원이 넘는 부모의 아파트를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사들였다.
형식적으로는 매매였지만 속살은 '증여'였다.
B 씨는 세무조사에 대비해 서로 돈이 오간 금융거래 내역도 남겼다.
취득자금 출처조사에도 대비해 B 씨와 배우자의 소득은 차곡차곡 저축해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생활비와 대출금 이자 등을 모두 B 씨의 아버지에게서 받아 쓴 것이 문제가 됐다.
국세청은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B 씨에게 증여세 수억 원을 추징했다.
분양권 당첨에 유리한 환경을 악용한 투기 세력도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요양병원 간호조무사인 C(49) 씨는 무주택자이면서 자녀 3명, 시부모 2명 등 부양가족이 많아 아파트 분양권 당첨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C 씨는 이 같은 점을 이용해 2015년부터 학군이 좋은 지역만 골라 아파트 분양권에 청약, 분양권을 따냈다.
실거주 목적은 없었던 만큼 C 씨는 이 분양권을 모두 단기매매로 팔아 치웠고 고액의 프리미엄을 남겼다.
세무조사를 피하려고 분양권은 배우자와 친인척 계좌를 총동원해 거래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국세청은 요양병원 간호사가 그의 급여로 취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분양권을 사들인 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판 점을 수상하게 보고 조사에 착수해 수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받아냈다.
사업장을 부동산 투기에 악용한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도소매업을 하는 D(42) 씨는 사업소득의 매출을 누락해 마련한 자금으로 고가 아파트를 샀다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E(51) 씨는 건설장비 사업가인 배우자의 사업용 자산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빌린 돈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경기도 양평의 땅을 샀다가 증여세 수억 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8월부터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혐의자 843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633명에 대해 총 1천48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나머지 210명에 대해서도 금융 추적 조사를 벌여 세금 추징 등 엄정하게 법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강남 재건축·고가아파트 과열…단속" |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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