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맨들 일제히 아침 라디오 출연…"누군가 기획하고 배후 조종" 주장
"집권하면 사정기관 정보 들여다볼 수 있어"…폭로전 피하자는 분위기도
특히 일부 측근들은 자칫 현 정부를 자극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는 뇌관인 '노무현 정부 파일'의 존재까지 거론해 주목된다.
이날 오전 각 언론사 라디오 방송에는 이재오 전 특임장관과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MB맨'들이 대거 출연했다.
김효재 전 수석은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적폐청산은 '친여 매체의 의혹제기→여당의 문제제기→시민단체 고발→신속한 수사'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누군가 기획하고 배후에서 조종하지 않으면 그런 패턴이 일정하게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의 성명에 대해 "모든 문제에 대해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읽으면 된다"며 "국민의 지지를 사기 위한 여러 가지 행위를 할 것이고,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을 보고했다는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 대해서는 "그의 진술에 따라 모든 일이 끼워 맞춰지고 있다"며 "(검찰과) 어떤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권 사람들이) 'MB 두고 봐라', '그냥 안 (넘어)간다', '반드시 갚아줄 것이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며 "핵심 멤버 5인이니 7인 중에도 한 분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그 분들이 생각하는 것은 과거에 겪었던 참담함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는 심리가 담겨 있는 것 같다"며 "너무 치사한 이야기여서 노골적으로 입에 담기가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 부근에서 전달한다는 것이 '양아치 집단'도 아니고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극도로 민감한 '노무현 정부 파일'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김효재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도 5년 집권하지 않았나. 집권하면 모든 사정기관의 정보를 다 들여다볼 수 있다"며 "저희라고 아는 것이 없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적으로는 상황에 따라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추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관련 파일을 공개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김두우 전 수석 역시 노무현 정부 자료와 관련해 "왜 없겠나"라고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무현 정부 관련 파일을 보유하고 있다"며 "심각한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는 모든 회의기록을 영상으로 남겨놨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강경 모드는 이 전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면서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성명서의 노 전 대통령 관련 문구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주장대로 여권이 '정치보복'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만큼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고,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극단적인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 관련 파일을 공개한다고 해도 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파일을 공개하든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검찰에서 수사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별다른 실익이 없고, 실체적인 진실은 규명하지 못한 채 오히려 정치적으로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예상을 깨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이 전 대통령 측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대목이다.
김두우 전 수석은 "그 부분을 폭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나. 이전투구라고 보지 않겠나"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너무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김효재 전 수석도 "과거 정부의 일원으로서 저는 솔직히 그런 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발언이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시그널'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폭로전으로 흐르면 서로에게 득 될 것이 없는 만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자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정치보복의 고리를 계속 안고 가면 5년 끝나고 반드시 문재인 정권을 심판대에 세우는 것은 불문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 나에게 물어라'는 전날 이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이) 소명하겠다는 이야기지, 피의자로 조사받고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겠다고 하는 것하고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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