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극장, 정치를 꿈꾸다 = 이상우 지음.
근대 연극과 영화를 연구해온 이상우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일제강점기와 분단 시대에 극장을 통해 펼쳐진 문화정치의 양상을 탐구한 책.
저자는 가장 먼저 갑신정변의 주역이었던 김옥균(1851∼1894)을 다룬다. 김옥균에 대한 평가는 후대에 극명하게 갈렸지만, 일제강점기 예술 작품 속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면이 부각됐다.
예컨대 나운규가 1932년 제작한 영화 '개화당이문'에서 김옥균은 개혁운동을 추진하는 인물로 묘사됐고, 박영호가 1944년 발표한 희곡 '김옥균의 사'에서는 김옥균이 "나 한 사람 희생되어 그것이 동양 전체를 위한 것이 된다면, 보기 좋게 죽어주지"라며 일본에 저항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기억 욕망과 재현 방식은 기억의 정치학이라는 문제를 떠나서 해석하기 어렵다"며 "(일제강점기) 아시아주의, 민족주의와 대중미디어, 군국주의라는 기억 욕망이 김옥균에 대한 기억의 정치학을 창출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외에도 민족주의 작가 오영진이 일본어로 작품 활동을 했던 이유, 영화감독 신상옥이 영화 '꿈'을 두 번 만들었던 사연 등도 소개한다.
테오리아. 392쪽. 1만9천원.
▲ 정조가 만든 조선의 최강 군대, 장용영 = 김준혁 지음.
대학원에서 '조선 정조대 장용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준혁 한신대 교수가 일반 독자를 위해 '장용영'(壯勇營)을 쉽게 설명했다. 장용영은 정조가 1785년 창설한 국왕 호위부대인 '장용위'를 확대해 만든 군영이다.
저자는 정조가 친위군 강화, 민생 안정, 군사력 증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장용영을 조직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정조가 1795년 8일간에 걸쳐 진행한 화성행차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장용영 군사의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새로운 무기를 선보이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북한이 지난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한 무예 교본 '무예도보통지'의 편찬을 명한 임금이 정조였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정조는 학문을 육성하기 위해 규장각을 만들고, 무예를 발전시키려고 장용영을 설치한 문무(文武)를 모두 중시한 왕"이라고 평가한다.
더봄. 368쪽. 1만8천원.
▲ 자연자본 = 제프리 힐 지음. 이동구 옮김.
자연을 외부에 존재하는 '환경'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본'으로 인식하고, 경제활동의 모든 계산에 '자연자본'의 가치를 더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
수십 년간 환경경제학을 연구한 저자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환경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옳지 않다고 비판한다.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은 충돌하지 않고 서로 보완하는 관계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자연자본을 다른 경제적 자산과 동일선상에서 인식한다면 자연은 당연히 신중하게 보호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며 "자연을 이루는 모든 것은 대부분 사치재가 아닌 필수재"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국내총생산(GDP)이라는 수치 대신 인간의 행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소득 측정에 반영한 지수인 '녹색국민소득'을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우리는 인류와 자연이 함께 번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는 우리의 일과 삶의 안락함을 다음 세대까지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297쪽)
여문책. 324쪽. 1만8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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