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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전기차 배터리 '콩고 쇼크'… 코발트 수급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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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는 연일 초비상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코발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파운드당 코발트 가격은 37.38달러로, 2년 전과 비교하면 3배 넘게 올랐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발트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에서 코발트를 생산하고 있지만, 광물공사가 구조 조정 중이어서 정부 차원의 코발트 수급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형편이다.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장기 수급 계약을 맺거나 공급선 다변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기업 차원에서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콩고 내전에 이어 세금 인상… 공급은 주는데 수요는 늘어

코발트 가격 폭등의 직접적 원인은 전 세계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콩고의 내정 불안이다. 콩고는 2016년 8월 이후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으로 수백명이 숨지고 13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콩고 정부는 세원 확보를 위해 광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하원을 통과한 개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코발트 광산업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은 현행 2%에서 5%로 오른다. 내정 불안에 세금 인상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광산업체들은 콩고 대신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반면 전기차 확대로 코발트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2020년까지 전기차 시장은 연평균 45%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독일은 2030년, 영국·프랑스는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2020년까지 5조원 규모의 전기차 지원책을 내놨고, 일본은 최대 100만엔(약 96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한국 정부도 2022년까지 전기차를 35만대 보급할 계획이다.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우드 매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2025년 142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무대책, 기업은 대책 마련 부심

전기차 배터리 업체엔 비상이 걸렸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코발트 광산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것은 2006년 사업에 참여한 광물자원공사의 암바토비 코발트 개발 사업이 유일하다. 광물공사는 2012년 암바토비에서 코발트 생산을 시작해 작년 한 해에만 3053t을 생산했다. 전 세계 코발트 주요 생산국은 콩고를 비롯해 중국·캐나다·호주 등으로, 이들의 생산량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2016년 기준 중국 8000t, 캐나다 7000t, 호주가 5000t을 생산했다. 광물공사는 지난해까지 이 사업에 1조6221억원을 투자했다. 광물공사는 코발트 가격 상승으로 조금씩 실적이 개선되고는 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1조원 추가 지원안이 부결되면서 청산 위기에 놓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코발트 생산은 광물공사가 유일한데 현재 구조 조정 중이어서 별다른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코발트 장기 공급 계약과 공급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코발트 비중을 최소화하는 배터리 개발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과 망간 비율을 높이고 코발트 비율은 낮춘 배터리 양산에 들어갔다. 하지만 니켈 등 다른 원재료 가격도 상승세여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해외 자원 개발은 10년 이상의 장기적 전략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며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하지만, 자원 안보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자원 개발엔 정부 차원의 전략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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