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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KB금융, 사외이사 꼴찌 바꿔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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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가 사외이사 일부 교체를 앞두고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허위 보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금감원은 "실제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사외이사가 따로 있는데도, KB금융이 다른 사외이사가 최하점을 받았다고 의도적으로 '거짓 보고'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KB금융은 "담당자가 익명 처리된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문서로 금감원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최하점을 받은 사외이사가 누구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단순 착오를 일으킨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금융 당국이 민간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제동을 걸고, 금융회사 최고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감시·견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당국과 금융사 간에 파열음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금감원 "KB금융이 허위 보고… 있을 수 없는 일"

금감원에 따르면, KB금융이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제출한 것은 작년 12월 초였다. 이에 앞서 KB금융은 "2018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6명 가운데 2명이 중임(重任)하지 않고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2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할 뜻을 금감원에 알렸다.

조선비즈


이에 금감원은 "사외이사 전원에 대한 평가 결과를 제출해달라"고 KB금융에 요청했다. 사외이사 인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는지를 확인하려고 했던 셈이다.

KB금융은 금감원에 "사외이사 A씨가 최하점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A씨는 KB금융이 교체할 뜻을 밝힌 2명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KB금융의 보고는 금감원이 파악하고 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KB금융이 보관하고 있는 사외이사 평가 결과 원본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원본 확인 과정에서 "최하점을 받은 사외이사는 A씨가 아니라 B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A씨는 이사회에서 반대 의사를 자주 냈으며 이번에 중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이고, B씨는 작년 윤종규 KB금융 회장 연임 때 상당한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 각각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KB금융이 경영진에 우호적인 사외이사를 중임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평가 결과를 '바꿔치기'한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단순 착오일 뿐"

이에 대해 KB금융 측은 "사외이사 평가에서 누가 최하점을 받았는지와 관련해 당국에 보고된 내용과 사내에 보관된 원본 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도적인 허위 보고가 아니었으며, 특정한 사외이사를 배제하거나 연임시키려는 목적도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KB금융에 따르면, 금감원에 제출한 사외이사 평가 결과는 사외이사들의 실명(實名)을 밝히지 않고 '사외이사 ①99점, ②88점, ③77점…' 식으로 작성된 문서였다. 이 자료를 냈더니 금감원 담당자가 "최하점을 받은 사외이사가 누구냐"고 물었고, KB금융 담당자는 "사외이사 A씨가 최하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KB금융에 보관된 원본에는 사외이사 B씨가 최하점으로 기록돼 있었다. KB금융 담당자는 "기억에 따라 답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착오를 일으킨 것"이라고 했다.

KB금융 측은 또 "문제가 된 사외이사 평가 결과는 사외이사의 연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 평가는 사외이사들에게 업무를 보고하는 주요 임원과 부서장들이 작성한다는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만약 평가 결과를 사외이사 교체를 위한 기준으로 삼는다면 사외이사들이 최고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감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지주 회장의 부하들이 평가하는데, 이 평가를 근거로 사외이사 교체 여부를 정한다면 사외이사 제도를 둔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사외이사 본인이 요구할 경우 평가 결과를 제공해 업무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려는 용도"라고 설명했다.

금감원·KB금융, '문책성 인사' 잇따라

금감원은 KB금융의 '허위 보고'를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과 금융사 간의 신뢰 자체를 흔드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 인사에서 C국장이 사실상 2단계 강등에 해당하는 '좌천'을 당한 것도 KB금융 '허위 보고'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한 '문책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층에서는 KB금융이 "의도적 허위 보고가 아니라 단순 착오"라고 해명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뭉개려고 한다"는 것이다.

KB금융은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한 담당자를 직위해제했다. 또한 논란이 된 사외이사 2명을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사외이사의 '거수기' 역할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강하게 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당국과 금융사 간에는 긴장관계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원섭 기자(caped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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