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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설] 가상화폐 대책, 정부 컨트롤타워부터 바로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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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이 어제 가상화폐 논란과 관련해 “가상통화 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시세조작·자금세탁·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에 대해선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박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과 청와대의 번복으로 혼란이 빚어지자 국조실이 다시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간 정부가 가상화폐 대책을 내놓은 게 다섯 차례나 된다. 지난해 12월13일 가상화폐 긴급대책 발표, 12월 28일 특별대책 발표는 국조실에서 주도했다. 논란이 된 거래소 폐쇄 특별법안은 지난 11일 박 법무장관이 꺼낸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까지 부처 간 조율된 대책이라고 거들었지만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청와대가 뛰어들어 거래소 폐쇄 발언을 거둬들였다. 가상화폐 대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오던 국조실을 제쳐두고 정부 부처와 청와대가 각기 목소리를 내다 보니 중구난방이 되고 말았다.

가상화폐를 보는 시각은 부처마다 차이가 있다.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는 도박 투기 등 범죄의 관점에서 거래소 폐쇄를 통해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에 무게를 두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정책 그 자체보다 국민 여론의 흐름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백지화한 청와대의 발표도 지지 세력층의 불만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따라다닌다.

국조실은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가상화폐 문제를 논의했으며 부처 간 조율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제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익명으로 “거래소 폐지법안은 강력한 카드의 하나”라면서 끼어들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가상화폐규제반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돌파하면 청와대가 또 답변에 나서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간여하기 시작하면 정부 부처들은 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가상화폐 대책은 국조실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가상화폐 대책은 정부의 컨트롤타워를 바로 세우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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