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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정부, 사업주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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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위반 처벌 강화에 현장선 '아우성'

매일경제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이기 위해 최근 정부가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또 하나의 칼을 빼 들었다. 아파트, 음식점, 편의점 등 최저임금 위반이 우려되는 취업업종의 5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준수 여부 단속에 나선 데 이어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주에 대한 명단공개와 신용제재까지 추진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당초 고용부는 고액 상습 임금 체불자에 대해서는 명단공개와 신용제재 조치를 취해왔지만 최저임금 준수 사업장을 늘리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자도 대상에 추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용부의 방침은 전체 근로자의 13.6%(2016년 말 기준)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압박성 정책'이라는 것이다. 편의점 점주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최저임금을 준수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소상공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내모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 편의점주는 "임대료와 아르바이트생 월급, 전기세 등을 제하고 매달 월 350만원 정도가 남는데, 그중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50만원을 또 지출하게 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식업계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스테이크 전문점을 운영하는 임 모 대표는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내놓고 사람들을 몰아가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업주 명단을 공개한다면 극한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을 것이고, 계속 사업을 하려는 사장들은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용인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조업계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한 제조업체 대표는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명단이 공개돼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지고 대출까지 어려워지면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라며 "무턱대고 최저임금을 크게 올린 정부가 모든 책임을 영세사업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영세사업자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현행 제도에서 공개되는 임금 체불자 사업자 명단 중 90%는 30인 미만 영세 사업자다. 결국 이번 정부의 조치로 영세사업자들이 대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저임금 준수를 독려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고액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게 가하는 제재를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 미준수의 경우 금액 기준도 모호하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공개 요건은 명단공개 기준일 이전 3년 이내 2회 이상 유죄이고 1년 이내 3000만원 이상인 체불사업주다. 신용제재의 경우 명단공개 기준일 이전 3년 이내 2회 이상 유죄이고 1년 이내 2000만원 이상 체불사업주가 대상이다.

고용부는 구체적으로 기준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따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기준일 이전 3년 이내에 최저임금 미달로 유죄가 확정된 경우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제재는 역시 3년 이내 2회 이상 유죄 확정된 경우에 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명확한 금액 기준이 없는 상태다. 일부에서는 불과 수십만 원 규모의 최저임금 위반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손일선 기자 / 이유진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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