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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노조 눈치-김승유 배후-靑라인 갈등?...文 '불개입'에도 이해못할 官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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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간섭 안된다는 금융 우월의식 고쳐야" 또 엄포

장기집권 문제는 과거 3연임 전례 고려 땐 설득력 없어

노조 반발에 정치권 지배구조 개선 압박 영향 가능성도

서울경제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절차를 중단하라고 압박한 일이 15일 청와대 내부 참모진 회의에서 거론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개입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이후 줄곧 민간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는 뜻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상황인데도 금융당국 수장들이 나란히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실상 인사에 개입하려 한 진짜 배경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인 중 ‘금융은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떠한 경우도 간섭받아서는 안 된다’는 식의 잘못된 우월의식에 젖어 있는 분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치기 바란다”며 하나금융과 일전을 예고했다.

①정권 차원에서 김 회장 반대?=현 정부가 김정태 회장을 곱지 않게 보고 있어 금융당국이 연임 저지에 나섰다는 가정이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인 최순실의 인사청탁 의혹이나 최순실 측근의 화장품을 대량 구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김 회장이 밉보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권부 핵심에 밉보여 민간이든 공기관이든 최고경영자(CEO)가 원치 않게 옷을 벗은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는 것 자체를 적폐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그 정도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과 손태승 우리은행장 선임 등의 경우 인사개입 없이 마무리가 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투박한 개입으로 다시 과거 관치시대로 돌아갔다는 비판 여론이 나온 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정부가 특정인이 밉다고 찍어내라고 지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②청와대 내부 라인 간 갈등?=일부에서는 청와대 내부 라인 간 갈등으로 금융당국의 하나금융에 대한 인사개입이 노골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은 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인 부금회와 함께 경기고·고려대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감원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까지 경기고·고려대-하나금융 인맥으로 연결된다. 여기에 김승유 전 회장과 김정태 회장 간 앙금이 작용하면서 권력 핵심 인사들까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여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들어 보니 전 CEO와 임원들이 (나에 대한 음해성 발언들로)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데 조직 차원에서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평소 말수가 적은 스타일상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하지만 역시 권력 핵심의 개인이 사사로운 감정으로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은 현 정부 시스템상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③하나금융 지배구조에 진짜 문제?=하나금융 지배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금융당국에서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과거 검사 결과 등에 비춰볼 때 하나금융의 내부통제 수준이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굉장히 열악하다고 지적한다. 노조의 주장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노조가 자꾸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법적으로 제재할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이런 문제들이 누적돼온 이상 김 회장의 3연임을 당국이 눈감고 있기도 어렵지 않느냐는 게 당국의 고민이다.

반면 2015년 통합 KEB하나은행이 출범한 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고 과거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나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등이 3연임 이상을 했던 전례를 생각하면 김 회장의 3연임까지는 무리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최근 실적은 누가 돼도 나올 수 있는 수치”라고 말했다.

④노조·정치권 입김 작용?=하나금융 노조는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을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출범하고 김 회장 연임에 반대해왔다. 노동계 친화적인 현 정권은 노조의 요구사항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현재 진행 중인 하나금융의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건과 중국 투자건 등의 의혹에 대한 검사는 노조에서 요청한 사안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국회에서 이학영·진선미·제윤경·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하나금융지주 사례로 본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 노조·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나서 하나금융 지배구조를 문제 삼았다. /황정원·김기혁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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