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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만파식적]'자전거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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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전 재산과 같은 소중한 자전거를 도둑맞은 후 아들과 함께 이를 되찾는 과정을 그린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영화 ‘자전거 도둑(1948)’은 네오리얼리즘의 교과서로 평가받는다. ‘자전거 도둑’은 빈곤·실업 등 2차대전 후 이탈리아의 실상을 정면으로 부각시켜 주목받았다.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는 부치 캐시디(폴 뉴먼)가 에터 플레이스(캐서린 로스 분)를 자전거 앞에 태운 채 시골길을 달리는 명장면도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이처럼 소중한 재산이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묘사되는 자전거지만 현실은 이와 딴판이다. 자전거 이용 인구가 급증하면서 ‘자전거 쓰레기’라는 새로운 공해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수거한 방치자전거가 2만72대에 달한다. 2010년(5,133대)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손길이 닿지 못해 아파트 단지마다 녹슨 채 방치된 자전거는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일정 기간 방치된 자전거를 수거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생 가능한 자전거가 제한적인데다 해체 비용 때문에 고철로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하소연이다.

이웃 중국 역시 자전거 쓰레기 문제로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 2016년부터 70개가 넘는 자전거 공유 업체가 사업에 뛰어들면서 지난해에만 2,000만대가 넘는 자전거가 길거리로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너무 값싼 요금 때문에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업체 간 과열경쟁으로 부도까지 잇따르면서 200만대가 넘는 자전거가 도시 곳곳에 버려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베이징의 한 하천에서는 1년간 1,000여대의 공유자전거가 발견되는가 하면 안후이성 허페이에서는 공무원들이 수거한 방치자전거를 처리하지 못해 어린이놀이터에 자전거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아 화제가 됐다.

서울시가 골칫거리인 폐자전거 문제 해결을 위해 등록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자전거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해 생애 전 주기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자전거 쓰레기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두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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