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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생명알람 '화재 경보기', 이래도 끄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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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소홀에 오작동, 일부 층만 울리기 다반사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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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화재 사건으로 인명 피해가 잇따르면서 화재경보기 등 안전장치에 대한 관리 소홀과 인식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관리 소홀로 수시로 오작동하면서 화재경보기는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했고, 소음을 핑게로 아예 꺼 두면서 정작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생명알람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35층 주상복합 아파트에 거주하는 조일권씨(56)는 최근 화재경보기가 오작동 했다는 방송을 2번이나 들었다. 하지만 조씨는 화재경보음을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일부 층에서는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은 것이다.

조씨는 “요즘 화재 사고가 많아 안내 방송에 귀를 기울이는데 울린 적 없는 화재경보기가 오작동 했다는 방송을 들을 때마다 실제 사고 시 경보가 울리지 않을 까봐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지난해 같은 아파트에서 화재 사고가 있었는데 화재경보기가 제 때 울리지 않았고 소방차가 도착한 후에야 울렸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조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뿐 아니라 서울 시내 고층 건물 네 곳 중 한 곳은 화재경보기가 평소에도 오작동을 빈번하게 일으키고 있고, 일부 기계는 화재 시 고장으로 제때 울리지 않았다. 화재경보기는 화재 시 골든타임을 확보해줄 수 있는 ‘생명줄’이다. 사고 발생을 즉각 감지하고 경보음이 울린다면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그만큼 벌어주는 셈이다.

방재시험연구원에 따르면 화재경보기는 열, 연기, 불꽃 등이 감지되면 울리는데 10년 이상 노후화 되면 고장률이 22%에 달한다. 조씨가 거주하는 이 아파트의 준공 시기(2005년)를 고려하면 이미 소방시설은 노후화 됐을 가능성이 크다.

잦은 오작동은 노후화의 전조 단계다. 서울시가 지난해 35층 이상의 고층건물 184곳의 소방시설을 점검한 결과 불량률은 25.5%에 달했다. 전년보다 15.9% 높아졌다. 스프링클러와 소화기 등 소화설비 불량과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는 경보설비 불량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해외의 경우도 경보설비 불량이 문제시 돼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영국 런던 24층 고층 아파트 화재로 71명이 사망한 사건도 소화설비 및 경보설비 불량이 가져온 대참사였다. 4층에서 시작된 불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를 뒤덮었지만 화재경보기는 작동하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대형 화재사고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한 곳은 40%에 불과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대형화재는 총 23건. 그 중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은 제천 화재사고를 포함해 5 곳이었지만 단 2곳만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

또 잦은 오작동은 경보기 차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소방인력이 출동한 건수는 1만147건이다. 이 중 경보기 오작동으로 인한 소방인력 오인출동은 3733건에 달했다. 일단 소방인력이 출동하면 건물 관리인들은 경보기 등 소방시설을 점검해야 하고 주민들의 빗발치는 민원을 감당해야 한다.

때문에 일부 관리인들은 건물 경보기를 차단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월 경기의 한 상가에서 평소 오작동으로 인한 민원을 우려해 화재경보기를 꺼놨다가 4명이 숨졌고, 지난 2014년부터 매해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주민 민원을 걱정해 경보기를 꺼놓는 것은 화재 시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주민들도 화를 내기 보다는 기계가 노후화된 것은 아닌지, 불량인지 등 기계적 결함에 관심을 두면서 안전의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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