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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개혁안에 의견 분분…경찰 '환영 속 아쉬움'·검찰 '표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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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수사권 일부 조정 호평…경찰에 대공수사권 부여 우려도

연합뉴스

청와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 발표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연 법무비서관,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2018.1.14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영전·이지헌 기자 =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내놓은 이튿날 경찰에서는 역할 확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속에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검찰은 표정관리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 일부를 내려놓는 등 어느 정도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찰에 안보수사처(가칭)를 두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기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 경찰, 권한 늘었지만 책임도 커져…영장청구권이 핵심인데 언급 없어 아쉬움

이철성 경찰청장은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방안이 '경찰 비대화'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경찰 권한이 늘어난 것보다 무거운 책임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고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이 청장은 "시대에 맞는 틀을 국회와 국민이 만들어주신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그걸 겸허히 받아들여 국민이 경찰 권한이 많이 커졌다고 하시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의 핵심인 영장청구권 문제가 빠진 데 대해 "기본적으로 개헌 사항"이라며 "국회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고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므로 청와대가 이를 개혁안에서 일단 배제한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개헌 전이라도 이를 보완할 방법이 있는데도 청와대가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경찰 내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로 꼽히는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전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간의 수사구조에 일대 전환을 가져오는 바람직한 개혁방향"이라고 호평하면서도 "경찰이 일차적 수사기관으로서 실질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체포영장을 발부받을 때 검찰의 방해를 받지 않을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청장은 이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경제·금융 등 사건으로 폭넓게 인정한 것은 검찰 개혁의 본질인 '검찰 권력 쪼개기'를 무의미하게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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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안보수사처 신설해 대공수사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한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 앞으로 경찰은 안보수사처를 신설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게 되며, 자치경찰제 도입과 함께 경찰의 기본기능을 수사경찰과 행정경찰로 분리해 경찰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018.1.14 pdj6635@yna.co.kr



한 수사경찰은 "경찰이 1차 수사를 담당한다는 부분을 명확히 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영장청구권과 수사지휘권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향후 수사권 논의에 공고한 장벽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선서의 한 형사과장은 "구체적으로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방안으로 개혁안이라 부르기 어렵다"며 "헌법을 건드리지 않고도 검찰이 부당하게 영장을 기각했을 때 이의제기를 하거나 경찰 조직 내에 영장청구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을 만드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찰을 1차 수사기관으로 명시하면서 '경찰 비대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반감이 있었다.

지구대에서 팀장급으로 일하는 한 경찰은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번 개혁안의 최대 수혜자라고 하지만 내부에서는 국가경찰-자치경찰, 수사경찰-행정경찰 등으로 쪼개져 오히려 경찰만 수술 당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상당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관들의 온라인 모임인 '폴네띠앙'에는 "온 국민의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정부가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원래 개혁 시나리오에서 후퇴했다"며 "핵심이 완전히 빠진 수박 겉핥기식 개혁안에 적잖이 실망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정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넘겨받는 데 대해서도 마냥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 일선 경찰은 "70년대도 아니고 대공수사가 요즘 시대에 먹히는 수사인지 잘 모르겠다"며 "경찰이 그 분야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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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문무일 검찰총장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전날 청와대가 경찰·검찰·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검찰개혁 방안은 검찰의 수사 총량을 줄여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8.1.15 jieunlee@yna.co.kr



◇ 검찰, 공식대응 자제…"기존에 논의됐던 것들로 새로운 것 없어"

청와대가 비대해진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의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내놓자 검찰은 공식대응은 자제한 채 향후 논의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특별수사' 등 분야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보장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청와대 안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안은) 기존에 논의됐던 것들로 새로운 것은 없는 것 같다"며 "새로운 무엇을 더 제시하기보다는 이제까지의 사회적 논의를 청와대가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결국 각각의 제도를 어떻게 할지, 어떤 내용으로 가져갈 것인가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잘 정리가 돼야 할 부분으로 판단한다"며 "향후 디테일이 어떻게 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발표안을 보면, 검찰의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고 경찰 수사에 대한 2차적·보충 수사에 집중하는 방안, 고위공직자 수사권을 고위공직자비위수사처(공수처)에 넘기는 방안 등은 모두 지난해 검찰 개혁 논의를 통해 예고됐던 방향이다.

검찰은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민생 사건을 중심으로 수사하는 형사부 조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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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방향은?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2018.1.14 mtkht@yna.co.kr



◇ 전문가들 "검찰 수사권·기소권 내려놓기 긍정적…경찰에 대공수사권은 다소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안에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부 내려놓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그동안 수사권, 영장 청구권, 기소권 등 많은 권한을 독점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는데 이를 분산한 것이 이번 검찰개혁의 핵심"이라며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소권은 공수처, 특별수사를 제외한 일반 사건의 수사권도 경찰에 분산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태정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까지 가져오는 등 '횡포'를 막기 위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찰의 권력이 비대해지는 만큼 견제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 교수는 "권한을 주기에 앞서 권한의 남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들이 미리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도 "검찰 수사권 축소가 경찰에 공소권을 부여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공소권을 검찰에 그대로 두고 경찰, 검찰에서 2번의 '스크린'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웅석 서경대 공공인적자원학부 교수는 "경찰에 대한 법치주의 통제를 위해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더 철저히 하자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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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권력기관 구조 개편안 발표 (PG)
[제작 조혜인]



경찰에 대공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대공 사건은 정보와 수사가 불가분적 관계에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정보와 수사를 분리하면 수사 효율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임 교수도 "대공수사권을 갖게 된다는 것은 첩보를 수집할 권한을 갖게 된다는 뜻인데, 민간인이나 정치적 반대 세력을 사찰하는 데 악용될 우려가 있다"면서 "대공수사권 남용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 교수는 "검찰 개혁을 하려면 과거 김기춘·우병우와 같이 청와대 등 권력기관이 검찰 인사권을 좌지우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이 빠져 유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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