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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종이 영수증 없는 세상 더 빨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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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속닥속닥-57]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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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은 버려주세요."

아마 물건을 사고 난 후에 한 번쯤 해 본 말일 겁니다. 10명 중 6명이 종이 영수증을 발급 즉시 버려달라고 요청한다니 그럴 만도 합니다.

사실 종이 영수증은 보관도 번거롭거니와,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문자로 받는 서비스가 일반화돼 보관을 해도 쓸 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일이 찢어서 버리는 것도 귀찮은 일이고요.

환경호르몬 때문에 종이 영수증을 기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종이 영수증에 인쇄되는 글자 색을 나타내는 물질인 비스페놀A가 호르몬 이상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수증 접촉 시 묻어나오는 비스페놀A 양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종이 영수증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종이 영수증 발급건수는 약 310억건으로, 비용으로 환산하면 2500억원에 달합니다. 이 영수증은 지구를 242바퀴 돌 수 있는 길이, 10톤 대형 트럭 5192대 분량의 무게라고 합니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영수증이 발급과 동시에 쓰레기통으로 향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수증은 표면에 화학성분이 묻어 있는 감열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재활용도 불가능합니다. 감열지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수입 비용만도 27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종이 영수증은 개인정보 노출 위험도 갖고 있습니다.

종이 영수증에는 신용카드 번호나 유효기간에 별(*) 표시가 되어 있는데, 버려진 영수증 몇 개를 조합하면 신용카드 번호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이 노출되면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죠.

이런 종이 영수증의 단점에 기술 발전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전자 영수증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스마트영수증 발행 건수가 1500만건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올리브영은 환경보호와 비용절감, 고객정보 유출방지 등을 위해 2015년 12월부터 스마트 영수증 발행을 시행하고 있는데, 전체 영수증 발행 건수 가운데 스마트 영수증이 차지하는 비율은 33% 정도입니다.

올리브영은 스마트 영수증 도입으로 지금까지 영수증 용지 약 24만롤(A4 용지 1600만장)을 아꼈다고 자랑합니다. 30년 된 나무 1600그루를 베어내지 않은 셈입니다.

스타벅스와 이마트도 1000개가 넘는 매장에서 전자 영수증을 발급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전국 13개 점포와 이마트에브리데이 202개 점포도 전자 영수증을 도입했습니다.

전자 영수증은 구매내역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고, 교환이나 환불 시 종이 영수증을 지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한 점이 많습니다.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는 편리하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자원낭비를 막을 수 있는 전자 영수증의 효과는 상당합니다.

하지만 전자 영수증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자 영수증을 발행하려면 판매업체들이 고객 개인정보를 보유하게 되는데, 판매업체가 해킹을 당한다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유출된 개인정보를 악용한 2차 피해도 걱정입니다. 사업자들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마케팅에 활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떨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제도적 장치 마련만 뒤따른다면 종이 영수증 없는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트코인이니, 이더리움이니 하는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결제까지 하는 세상이니까요.

[이은아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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