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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가상화폐, 한국만 왜 뜨겁나]투기 규제·관리 손놓고 있던 한국 시장만 ‘머니게임’ 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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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비트코인 양상 왜 다른가

2013년 중국서 기업형 채굴업체 나와 본격 ‘돈벌이 판’…당국, 위안화 거래 금지 등 강경 대응

일본서 2010년 첫 가상화폐 거래소 생겨…정부, 해킹 피해 생기자 거래소 인허가제 실시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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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채굴하고 한국에서 거래하고 일본인들이 사들인다.” 최근 1년간 가격이 13만 배 이상 상승한 가상화폐 시장의 구조를 풍자한 말이다.

한국이 유독 가상화폐 거래가 뜨거운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 정부당국의 대응이 늦었던 것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중국은 규제를, 일본은 관리를 택했지만 한국은 방관했다. 정부당국의 첫 공식대응이 나온 것이 지난달이었다.

가상화폐는 2013년을 전후로 기업화된 대형 채굴업체가 등장하는 등 본격적인 돈벌이 ‘판’이 벌어졌다. 전직 사모펀드 매니저였던 우지한과 반도체 설계 전문가인 미크리 전은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전문 채굴업체 비트메인을 2013년 창립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전기가 많이 필요한데 중국은 전기료가 저렴해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비트메인은 계열사까지 합쳐 비트코인 전체 채굴량의 30%를 채굴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즉시 칼을 빼들었다. 같은 해 12월 은행 및 도소매업체의 가상화폐 결제를 금지했다. 지난해 9월 위안화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것도 금지했다. 거래소가 폐쇄됐고, 가상화폐공개(ICO·기업들이 가상화폐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전면 금지됐다. 중국 당국은 최근 전기를 끊어 채굴업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상화폐 시장에서 위안화는 사라졌다. 다만 중국인들은 홍콩이나 한국, 몽골 등의 거래소에서 거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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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채굴한 가상화폐는 일본인들이 사들였다. 독일 중앙은행 도이체방크는 “전 세계 외환(FX)마진 거래 시장의 50%를 차지하던 일본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투자처를 가상화폐 쪽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0년 7월 최초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마운트곡스도 일본 도쿄에 설립됐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일본에서는 화폐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 결제하는 데 심리적 거부감이 적다”고 말했다.

일본은 시장이 뜨거워지자 규제보다는 ‘관리’를 택했다. 소비세를 과세하지 않기로 해 가상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의 하나로 용인했다. 2011년 6월 마운트곡스가 해킹당해 약 53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이 도난당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일본 정부는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거래소 인허가제를 도입했다. 일본 정부의 관리 속에 일본은 뜨겁기는 해도 한국처럼 과열양상으로는 치닫지 않고 있다.

경제력을 감안해볼 때 가상화폐 사랑은 한국이 가장 뜨겁다. 지난해 말 기준 가상화폐 시장에서 한국 원화의 점유율은 29.8%로 엔화(13.6%)를 압도한다. 가상화폐 매입액은 주식매입액의 82.5%나 된다. 일본(11.5%), 미국(5.1%)과 비교가 안된다. 이더리움, 리플 등 비트코인 외 가상화폐의 거래량도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다. 그러다 보니 같은 가상화폐인데도 한국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다른 나라에서 비해 최고 50%까지 비싸게 팔린다. 지난 8일 코인마켓캡은 아예 한국 거래소의 가격은 빼고 전 세계 가상화폐 가격을 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이 이렇게 뜨거워질 때까지 한국 정부는 관리를 할 것인지, 규제를 할 것인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상황을 주시했다. 가상화폐를 상품으로 볼 것인지, 화폐로 볼 것인지도 정하지 못했다. 그 사이 고등학생들까지 PC방을 찾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화폐 열기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투자 방향성과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게임머니 등 디지털 화폐 거래에 친숙한 젊은 세대의 성향과 타인과의 경쟁에 민감한 문화적 요소도 언급된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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