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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퍼블릭 詩 IN] 고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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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연합뉴스


흐르는 것이
흐르지 못하고
그대로 창이 되어버렸다

공단 굴뚝에선 검은 연기가
하늘 향해 포신을 드리우고
어깨 기대선 지붕 아래
모여 사는 사람들의
밤새워 주고받던 소곤소곤
내려앉은 눈물방울들이
줄줄이 투명한 결빙
맑은 얼굴로 하늘에 매달린다.

온 힘을 다해 매달려야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않으리라

가파른 절벽을 오르듯
새벽 공기 가르며 일터로 향하는
원곡동 언덕길
어느새 양지바른 공터에 모인
맞벌이 부부의 품을 떠난
고만고만한 아이들
안간힘을 쓰며 매달린
부끄러울 것 없는 순백의 땀방울들이
언젠가 무기가 되어 자신의 가슴을 겨눌지도 모를
저 위태로운 창 끝 아래
해맑은 웃음으로 다가선다.

눈부신 아침 햇살이
넌지시 몇 가닥의 웃음을 집어 던지자
아이들은
입김을 불며
언 손을 녹여 가며
일렬로 줄 선 가난을
하나둘 떼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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