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선 감독은 <1급기밀>의 촬영을 마친 뒤 2016년 12월 15일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유작으로 남겨진 <1급기밀>은 홍기선 감독이 8년간 준비해온 작품이다. 2009 년 <이태원 살인사건> 개봉 직후 <1급기밀>의 시나리오를 작업했고, 2010년 본격적으로 기획, 제작에 나섰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모두가 이명박 정부에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MB는 방산비리의 몸통’이라고 할 정도로 다수의 방산비리와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에 방산비리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영화를 준비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후 난관은 이어졌다. 민감한 소재 때문에 모태펀드에서 투자를 거부당하고 지역영상위원회와 개인투자자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촬영에 돌입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 촬영을 마쳤고, 감독의 뜻을 이어 이은 감독이 후반 작업을 마친 후 ‘적폐청산’을 목표로 하는 문재인 정부인 2018년에 비로소 개봉할 수 있게 되었다.
홍기선 감독은 <1급기밀>을 수 년간 준비하며 현실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좀 더 많은 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방식을 시도했다. ‘현실은 편안한 게 아니고 그래서 마냥 편안할 수 없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드는 것’이 감독의 평소의 지론이었다. 녹록하지 않은 현실, 그 속에서 ‘인간을 넉넉하게 그리는 것’이 바로 홍기선 감독이 지향하는 궁극의 목적이었다.
대의에 공감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대의를 위하여 <1급기밀>은 수많은 이들의 용기 덕분에 완성되었다. 희망의 연대를 지나 절망과 회의의 시간을 거치면서도, 홍기선 감독이 여전히 믿고 있던 인간성에 대한 믿음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자 여전히 진행 중인 충격적인 실화를 통해 흥미진진한 전개와 통쾌한 한방을 전하는 이 영화가 드디어 이 시대 관객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1급기밀>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봉인된 내부자들의 은밀한 거래를 폭로하는 범죄실화극이다.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외자부 군무원의 전투기 부품 납품 비리 폭로와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 2009년 MBC [PD수첩]에서 방영된 해군장교의 방산비리 폭로 등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한국영화 최초로 방산비리를 전면적으로 다룬 영화이다. 지난 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10점 만점에 9.5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고, 서울에서의 모니터 시사회에서도 역시 찬사를 받으며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영화로 급부상하고 있다.
관객들은 “내가 모르는 사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비리를 폭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막연했던 사건이 가까이 와 닿는 느낌이었다”, “과연 내가 이 영화를 안 보았으면 이런 걸 알았을까.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며 열광했다. 또한 “지루하지 않고 짜임새 있게 잘 만들었다. BEST!”,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영화”, “정의를 위해 용감히 싸우는 박대익 중령! 멋지다”, “가슴이 톡 튀어서 뻥 뚫렸다” 등 영화적 재미에도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통쾌한 한방이 있는 영화’로 불리며 사회적인 관심을 이끌고 있어 현재 흥행 중인 영화 <1987>을 잇는 2018년 첫 번째 문제적 필견작이 탄생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우 김상경과 김옥빈, 최귀화, 최무성, 김병철 등 연기력에 있어 신뢰도 1급의 배우들과 유선, 정일우, 신승환, 김중기의 특별 출연진이 열연을 펼쳤다. 2018년 1월 24일 개봉.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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